그동안 메르스 사태로 인해 이른바 ‘탄저균 배달사고’가 가려진 감이 있다. 탄저균이 메르스균 보다 훨씬 치명적인 재앙을 불러올 수 있음에도 정부의 ‘탄저균 배달사고 관련 미군오산기지 조사결과’ 발표는 현장 검증은 물론 기본적인 사실 관계도 파악하지 않은 채 작성됐단다. 그러니 차라리 미국 국방부의 발표를 인용하는 게 낫겠다. 지난 5월27일(현지시간) 살아있는 탄저균 샘플을 미국 내 다른 연구기관으로 보내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영국·호주·캐나다 등을 비롯해 경기도 평택 주한 미군 공군기지 연구소에 탄저균이 배달됐다고 밝혔다.
주한 미군은 이렇게 배달된 탄저균 샘플로 제독 실험을 했고, 이 과정에서 오산기지 실험요원 22명이 탄저균에 노출됐지만 감염자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살아 있는 탄저균이 민간 배달업체에 의해 한국으로 배달됐고 실험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주한미군은 탄저균 실험목적과 과정, 폐기처분 방법 등 상황설명을 구체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기지에 있는 응급격리시설에서 탄저균 표본을 폐기처분 했다고만 밝혔다. 자칫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기지 내 세균전 시설 폐쇄도 꾸준히 요구하며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7일 오전 평택시 미군기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탄저균 시설폐쇄를 요구하는 시민행동단’ 은 “국내법과 국제법이 금지하는 세균무기가 무단반입됐는데도 아직 사건 경위가 철저히 조사되지 않고 있다”고 반발했다. 경기도의회 양근서(새정치·안산6) 의원도 7일 열린 도의회 임시회에서 “단순한 탄저균 배달사고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미국정부가 우리나라에서 국민 모르게 비밀리에 실험을 하다 탄로 난 탄저균 유출 사고”라고 지적했다. 이미 도의회는 지난번 임시회에서 ‘미국 탄저균 탁송 관련 재발방지 약속 및 사과 촉구 건의안’을 의결했다.
남경필 지사도 6일 주한 미국대사 관저에서 리퍼트 대사를 만나 오산 공군기지 탄저균 문제 등 주한 미군 관련 주요 이슈에 대해 명확한 설명과 정확한 정보공개, 긴밀한 협력를 요구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도 최근 고위험 병원체를 국내로 반입할 때 한국 보건당국에 사전 통보하도록 하는 규정을 SOFA에 신설하자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불평등한 SOFA 내용이 어디 이 뿐인가? 차제에 대폭 손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