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의 기원은 문자가 생기기 이전인 4300여 년 전 고대 중국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의 승려 도림(道林)이 백제의 개로왕(蓋鹵王)과 바둑을 두었다는 얘기가 삼국사기에 전한다. 백제의 학자 왕인(王仁) 등은 일본에 문화를 전수할 때 바둑도 전파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일본 고대 보물들을 소장하고 있는 나라(奈良)의 정창원(正倉院)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당시 백제 의자왕이 일본 실권자 후지와라에게 보낸 바둑판과 바둑함이 그것이다. 바둑판 모서리에는 등을 둘 가진 낙타가 그려져 있고 은으로 만든 바둑함에는 코끼리가 새겨져 있는 등 당시로서는 매우 귀한 것이어서 교류의 정도를 짐작케 한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기보는 오(吳)나라의 장수 손책(孫策)과 여범(呂範)의 기보로 알려지고 있으며, 송나라 때의 바둑고전 망우청락집(忘憂淸樂集)에 그 내용이 실려 있다. 국내 기보로서 가장 오래된 것은 김옥균이 1866년 당시 일본 바둑계의 최고봉이던 슈에이(秀榮)와 두었던 6점 접바둑 기보다.
프로바둑이 생긴 것은 근대에 들어서다. 우리나라는 국수전(國手戰)이 효시다. 1956년에 첫 기전이 시작됐다. 국내 기전 중 유일하게 도전기 형식으로 진행했는데 ‘국수 계보’는 ‘한국 바둑 1인자 계보’의 산실이었다. 이러한 국수전을 통해 한국 바둑의 대부 고 조남철 8단을 비롯 수많은 바둑 스타들이 탄생했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기사는 ‘바둑 황제’라 불리는 조훈현 9단이다. 1976~1985년 10연패를 포함해 16차례 정상에 올라 불멸의 기록을 세웠다. 뿐만 아니다. 다섯 살 때 바둑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58년간 세계 최다승(통산 1935승), 세계 최다 우승(160회)이라는 대기록을 수립 중이다.
올해는 현대바둑이 도입된 지 70주년이 된다. 짧은 역사에도 한국 바둑을 세계 중심으로 이끈 주인공 조 9단이 첫 에세이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을 내 화제다. 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고 한다. ‘세상에는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으며 생각은 반드시 답을 찾는다.’ 고민 많은 현대인이 참고해야 할 말이 아닌가 싶다.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