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 초복을 지내고 무더위가 한창인 때, 휴가계획을 세우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휴가에는 일상을 떠난 한가로움과 여유에 대한 기대가 담겨있다. 휴가용품의 대대적인 광고는 물론이고 수영복 패션쇼 등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휴가상품과 여행지를 안내하는 모바일 앱이 개발되고,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을 선정하여 발표한 곳도 있다. 올 여름도 이름난 계곡이나 해수욕장은 여전히 붐빌 것이다.
어느 기업에서는 침체된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휴가 기간을 늘리고 가급적 국내에서 보내도록 권장하고 있다. 전국 휴양지 콘테스트를 여는가 하면, 직원에게 캠핑카를 지원하는 세련된 기업도 있고 휴가 후기콘테스트를 열어 추억을 공유하기도 한다. 공무원의 경우 연가사용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개정안도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10일 이상의 장기휴가와 안식월 등도 가능해진다. 업무의 생산성 향상과 창의적 아이디어는 충분한 휴식과 재충전에서 나온다는 생각에서다. 이렇듯 휴가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는 가운데 질적인 문제도 생각하게 된다.
최근에는 휴가를 보내는 풍속도 변화하고 있다. 소모적인 휴가 대신 몸과 마음에 여유를 찾는 여행, 또는 의미 있는 경험을 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스테이케이션족, 셀러던트족이란 신조어도 생겼다. 스테이케이션족은 ‘계속 있다(Stay)’와 방학(Vacation)의 합성어로,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람을 말한다. 굳이 사람이 몰리는 유명관광지나 해수욕장을 찾지 않고 박물관이나 미술관, 영화관에서 더위를 식히고 한가한 시간을 갖는다. 셀러던트족은 샐러리맨(Salary man)과 학생(Student)을 조합해 만든 신조어다. 이들은 휴가 기간을 활용하여 미루었던 책을 읽거나 자격증을 따는 등 자기계발을 멈추지 않는다.
예전에는 휴가가 있었을까? 사가독서라는 제도가 있었다. 세종 때 집현전 학사 중에서 행실이 뛰어난 사람을 선발하여 유급휴가를 주고 독서에 전념하게 한 것에서 비롯된다. 기간은 보통 1~3개월이었으나, 굳이 한정하지 않고 긴 휴가를 주기도 했다. 초기에는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휴가 기간을 보내게 했으나, 진관사와 같이 한적하고 경관이 수려한 곳에 머물며 독서하게 하기도 했다. 후에는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독서당이란 전용공간을 마련하고 아무런 부담 없이 독서에 전념할 수 있게 하였다. 사가독서에 뽑힌 사람은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신숙주·김안국·이이 등 뛰어난 문신이 사가독서한 학자들이다.
취업포털 파인드잡이 20대 이상 직장인 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10명 중 8명은 여름휴가 계획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 한 보고서에 따르면 여름휴가 여행이 필요한 이유는 ‘평소에 거의 할 수 없기 때문에’라는 응답이 67.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새로운 자극이 필요해서’(61.1%), ‘평소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적기 때문에’(46.2%) 순으로 나타났다. 휴가 기간 중 여행을 통하여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갖고 새로운 활력을 찾으려 하는 것이다.
시원한 바람 부는 밤바닷가, 별이 초롱초롱 빛나는 산사, 모깃불 피워놓고 둘러앉은 고향집, 아니면 다른 나라에서 만나는 이국의 풍경과 문화, 여행에는 설렘과 자유로움이 있다. 올 여름은 소비 진작도 필요하다. 공정여행이라는 것이 있다. 환경오염, 문명 파괴, 낭비 등을 반성하고 현지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2000년대 들어 시작된 운동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지역 농수산물을 사먹는 것, 지역의 문화를 알고 여행을 떠나는 것 등이 공정여행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다.
특별한 여행은 다른데 있지 않다. 동행하는 사람, 여행지에서의 느낌과 감동, 이런 것들이 여행을 편안하게 만들고 힐링의 시간을 갖게 한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보고 먹든, 생각에 달려 있다. 그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