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이대흠
강물이 리을리을 흘러가네
술 취한 아버지 걸음처럼
흥얼거리는 육자배기 그 가락처럼
산이 산을
들이 들을
물이 물을
흐을르을 흐을르을
전라도에서 절라도까지
리흘리을 리흘리을
목숨 줄 감고 푸는 그 가락처럼
남도는 흐른다. 그것도 유성음으로 흐른다. 산도, 들도, 물도 ‘ㄴ’, ‘ㄹ’, ‘ㅁ’, ‘ㅇ’ 같은 유성음을 데불고 노래하며 흐른다. 그 명칭인 ‘전라도’ 혹은 ‘절라도’에서부터 이 흐름의 자질 혹은 노래의 자질은 어쩌면 운명적이다. 이 가락을 지닌 남도의 산하와 드넓고 질펀한 갯벌에서 그 유장하고 여유와 눙침이 넘치는 전라도말이, 참 오지게는 휘늘어지는 남도가락이, 투박하되 인심이 넉넉한 남도인의 품성이 생겨났을 터. 이것들을 훤히 알아차리고 있는 이대흠 시인은 태생적으로 남도시인이다. “근디, 고 겁나게 쌔고 쌧던 남도의 시인들은 모다들 어디 갔당가?”. 요즘 남도가 텅 비어 쓸쓸하다.
/김선태 시인·목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