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인
/임동확
그날 새벽 여섯 시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황망히 119 구급차에 오르려다 미처 잠그지 못하고 내려온 출입문 열쇠 때문에
아픈 배를 움켜쥔 채 이층 계단을 겨우 기어 올라가고 있었을 때
누군가엔 축복이고 또 누군가엔 재앙이었을지도 모를 눈보라가 쏟아지고 있었다니!
결코 기억하지 못하는 단절의 시간 속으로 다급히 사이렌을 울리며
한강대교를 건너 응급실로 달려가고 있었을 때
그제서야 온전히 제 몫인 극한의 어둠과 결단의 순간들만 앞 다투어 기다리고 있었다니!
그러나 한 사내가 병상 네 귀퉁이에 손발이 묶인 채나마 홀로 깨어났을 때
정말 그게 가능하기나 하냐는 듯 겨울 창문 안으로 아침 해가 그리도 뻔뻔한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니!
- 임동확 시집 ‘길은 한사코 길을 그리워한’』/신생
혼자 사는 사람은 아플 때가 가장 난처하다. 독거노인들이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는 이유는 거동이 불편함에도 도울 사람이 부족하고 그러다가 처절한 고독사를 맞는 다는 사실이다. 사회가 점점 개인주의로 흐르고 개인만의 공간을 갖고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시절은 어쩔 수 없이 혼자 살아내야만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타인의 간섭을 싫어하는 젊은이들에겐 혼자가 좋을 것이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노인들에겐 외로운 것도 문제지만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사회적 동물이기에 인간의 이상적 삶은 사람들과 어울려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것이다. 갈등하다가 문제를 해결하고 그 속에서 삶의 가치를 찾는 일일 것이다./성향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