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레이트는 1970년대 새마을운동 때 초가지붕 개량을 위해 대량으로 보급됐다. 몇 년에 한번씩 짚으로 이엉을 엮어 지붕을 덮어야 했지만 내마모성, 단열성 등이 좋은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뀌면서 그런 수고는 사라졌다. 슬레이트는 한때 야외 삼겹살 불판으로도 각광받았다. 기름이 골을 타고 잘 흘러내리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일이다. 왜냐하면 슬레이트에는 석면이 10~15%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석면은 석면폐증과 폐암 등 각종 암, 악성 중피종 등 인체에 치명적인 각종 질병을 유발시킨다. 인체에 장기간 노출 시 20년~30년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기 때문에 ‘침묵의 살인자’라고도 불린다.
따라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1987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부터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그러나 70년대에 보급된 슬레이트 지붕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노후화된 슬레이트는 빗물로 인한 침식과 자연붕괴·풍화작용으로 인간과 환경에 피해를 준다. 마땅히 한시바삐 철거돼야 하지만 개인이 무단으로 처리할 수 없고 전문업체 등에 위탁해야 한다. 그래서 철거비용이 만만치 않게 든다.
이에 정부와 각 시·도는 지난 2011년부터 국비와 지방비 50:50 비율로 석면 슬레이트 지붕 철거 신청가구에 최대 336만원의 보조금을 시·군을 통해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도 경기도내 석면 슬레이트 지붕 철거사업 추진은 부진하다. 전체 철거대상 슬레이트 지붕은 5만1천787채인데 지난해까지 지붕 철거가 끝난 주택은 고작 6.2%인 3천246채다. 이렇게 슬레이트 지붕 철거가 부진한 이유가 있다. 철거를 하고 나서 새로운 지붕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 비용은 모두 건물 주인이 부담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슬레이트 지붕 건물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영세민이거나 노인 등이다. 이들에게 새 지붕 설치비용 500만∼1천만원은 큰 부담이다. 이에 도는 2013년부터 2년간 저소득층 35가구)에 각 385만원씩을 지붕개량비로 지원했다. 올해도 28가구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래서야 어느 세월에 도내 4만8천500여채에 달하는 슬레이트지붕 철거가 완료될지 모르겠다. 도 관계자는 현재의 지원제도로는 신속한 철거가 어렵다고 실토한다. 그렇다고 해서 인체에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시키는 발암물질이 가득한 석면 슬레이트 지붕을 그대로 놔둬야 하는가? 국가가 나서서 철거비용 외에 지붕개량비를 추가로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