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이 오는 8월 입법 예고를 거쳐 내년 9월 28일이면 시행된다.
말도 많고 반대도 많았던 ‘김영란법’ 시행은 부패척결을 통해 공정한 사회로 가기 위한 시대정신의 산물이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2012년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을 제안했다.
이후 김영란법은 국회에 제출 된 후 적극적인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한 채 잊혀져 갈 즈음, 지난해 4월 16일 대한민국 부패의 민낯을 보여준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다.
수 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사건은 인허가를 쥐고 있는 해수부와 부패한 업체가 결탁해 ‘해피아(해수부 마피아)’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공적인 영역의 일을 처리하는 국가부서에 불법집단의 상징인 ‘마피아’가 붙는 것이 이제 전혀 생소하지 않다.
최근 비리와 부패혐의로 거론됐던 모피아(재무부 출신 관피아), 군피아(군·방위산업체 출신 관피아), 세피아(국세청 출신 관피아), 핵피아(한국수력원자력 출신 관피아) 등이 있다.
결국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관습으로 포장된 전관 예우와 인맥 우선이 관피아라는 부패 카르텔을 형성시켰다.
최근에는 해외자원비리로 수사를 받던 경남기업의 성완종 전회장의 죽으며 남긴 금품수수 리스트 ‘성완종 리스트’가 온 나라를 뒤집어 놓았다.
리스트에는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국무총리, 경남지사, 인천시장 등, 박근혜 정부 실세들의 이름과 로비금액이 적혀있었다.
사건 수사과정에서 ‘부패척결’을 외쳤던 이완구 국무총리가 비리혐의로 끝내 사임했다.
비리혐의를 받고 있는 나머지 정권 실세들의 수사가 용두사미식으로 끝났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여권의 수뇌부는 “성완종 리스트의 본질은 대선자금이라며, 야권도 함께 대선자금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 거대한 부패공화국이라고 불려도 반론의 여지가 없다.
대한민국은 근대화의 과정에서 일본 제국주의와 협력한 관료, 정치인들, 군, 같은 지역 출신, 같은 학교 출신 엘리트들이 모여서 부패 카르텔을 형성했다.
이후 8.15해방 이후에도 일본 잔재 청산이 뒤로 밀리며 엘리트 부패 카르텔이 우리 사회 깊숙히 자리잡았다.
한국형 엘리트 부패카르텔에는 ‘제4의 권력’이라는 언론 또한 비켜나지 않는다.
김영란법 제정을 두고 일부 언론도 ‘과잉 입법’을 거론하며 ‘21세기 연좌제,’ , ‘중우정치 끝판’, ‘물타기식 입법’ 등 날선 비판을 제기했다.
그러나 시민사회 성립이후 우리나라의 언론들도 시민들 편에 선 ‘공정한 언론’의 역할을 해 왔는지 자유로울 수 없다.
비판받는 집단이 반성없이 자신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길 바라는 ‘집단 이기주의’를 여실히 보여주는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사회 언론인들도 김영란법의 대상에 공무원과 함께 오른 것에 대해 비판에 앞서 반성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 법이 시행되면 그 동안 접대없이 정당하게 업무를 수행해온 기업과 조직들이 더 이상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되며, 향응과 청탁을 거절하기 힘들었던 사람들도 거부의사를 밝힐 수 있게 된다.
시민사회의 공기인 언론도 금권과 정치권력의 관계가 끊어져 시민들을 두려워하는 보도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김영란법의 과잉입법 논란에 대해 유엔글로벌콤팩트(UN Global Compact·UNGC) 게오르그 켈 사무총장은 김영란법은 결코 과잉입법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공공기관과 기업간에 금품과 특혜를 주고받는 행위는 엄히 제한돼야 한다. 국민 권익보호라는 공공기관 역할과 기업의 이익추구가 항상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부패에는 무관용이 세계적 추세다”라고 밝혔다.
‘김영란법’을 시행하면 물론 다소의 시행착오가 우려되지만 대한민국을 한층 청렴하고 강한 나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전가의 보도’가 되길 기대한다.
수십년간의 악습의 고리를 끊는 핵심 지점에 ‘김영란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