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격의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두 달이 넘도록 지속된 가뭄에다 메르스 여파가 겹치면서 일부 농산물은 3~4배 이상이나 뛰었다.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데다 상인은 상인대로 손님이 줄어 긴 한숨을 쉬고 있다. 수원시농수산물도매시장에 따르면 지난 주 양파값은 20㎏에 2만4천원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 8천220원에 비해 세 배나 올랐다. 무는 20㎏에 1만9천900원, 대파(1㎏) 1천800원, 마늘(4㎏)은 2만8천780원에 가격이 형성돼 모두 1.5배에서 3배까지 올랐다는 것이다. 이들 품목들은 서민들 밥상의 필수품이어서 더욱 걱정이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 2013년 같은 기간 장마와 폭염 등으로 농산물 가격 폭등이 극심했던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이 상인들의 얘기다. 앞으로도 여려 차례 장맛비가 예상되고 있어 걱정은 심해진다. 산지에서의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줄어든데다 품질마저 저하되기 때문이다. 이러다가는 가을철 김장도 못 담그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이에따라 유통업체와 시장에서는 물량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학교나 관공서, 기업 구내식당은 반찬과 메뉴 바꾸기에 골몰하는가 하면 당국은 채소값 대란이 자칫 전반적인 물가 압박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려있는 상태다.
농식품부는 농산물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원 지역 가뭄으로 고랭지배추 생산량이 평년보다 8%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무 역시 가뭄 때문에 씨를 못 뿌린 지역이 많아 이달 출하량이 평년 대비 17% 떨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작황부진으로 15% 정도 생산량이 감소한 양파는 이미 가격 급등으로 지난 7일부터 수급조절 위기 단계 중 가장 높은 ‘심각 경보’로 올랐다. 또 농업관계자들은 공급량이 줄어든 수급의 불안정에서 오는 자연적인 현상이지 결코 폭등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결국 대책이 없어 팔장을 끼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해서 모른 척할 일이 절대 아니다. 농산물 가격의 상승은 공산품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각종 물가를 들먹이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안정세는 경기회복의 기대감을 나타내준다. 경기침체 속에서 농산물 가격 상승이 다른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자칫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당국이 농산물 가격의 안정을 두루 살펴야 하는 것이다. 물가는 심리적 요인이 크다.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