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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꽃

                                      /이종암



순천 김인호 시인의 페이스북에서

처음 봤다

용담과 한 두해살이 풀, 닻꽃

꽃 아래 갈고리 모양 네 개의 꽃받침

물과 바다를 배 하나로 묶어두는

닻, 꼭 그대로다



지금은 아득한

스물한 살 내 첫사랑 떠나기 전

저 닻꽃 꺾어다 줄 걸 그랬다



이젠 닻에 묶여 오도 가도 못한다

오십 넘어 잠자리에서 드르릉 드릉

같이 코를 고는 아내와 내 몸의, 닻

빼도 박도 못하게 깊이 꽂혀 있다

흔들림 없는 닻은 내 외아들이다



나와 아내 사이에서 핀

저 닻꽃!



이승과 저승 사이 단단히 박아놓은

흔들림 없는 또 하나의 닻이다


- 문예지 ‘유심’(2013년 11월호)

 



 

아무리 화려한 유람선도 마냥 바다 위를 떠돌 수만은 없으리라. 누구나 닻을 내릴 수 있는 포구(浦口)를 그리며 산다. 혈기왕성했던 시절에 닻인 줄도 모르고 꽃으로만 보았던 사랑. 지천명의 세월이 되어 내려다보는 내 곁에 코골며 자는 그 꽃! 서로에게 닻이 된 시간속에 더러는 포승(捕繩)처럼, 더러는 안전핀처럼 사반세기를 보내며 마침내 발견한 꽃 한송이! 해마다 그 해가 마지막일 것처럼 부지런히 피어 온 내게만 피는 꽃. 김인호 시인이 아니면 몰랐을 한 두해 살이 풀 닻꽃, 이종암 시인이 아니면 아내가 닻꽃인 것을 놓칠 뻔 했다. 아무리 무심한 인생이라도 더러 시인의 눈을 통해 보지 못했던 꽃을 보기도 한다. 오늘은 닻꽃에게 큰절이라도 하고 싶다. /김윤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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