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泰陵)은 중종의 두 번째 계비인 문정왕후 윤씨의 묘다. 그 옆엔 아들 명종과 인순왕후 심씨의 무덤인 강릉(康陵)이 있다. 문정왕후는 생전 중종 옆에 묻히길 원했다. 그래서 장경왕후의 능 옆에 묻혀 있던 중종의 정릉(靖陵)을 풍수지리가 안 좋다는 이유로 선릉(宣陵) 옆으로 옮겼다. 하지만 새로 옮긴 정릉의 지대가 낮아 홍수 피해가 자주 일어나자 결국 그 자리에 묻히지 못하고 현재 위치에 예장되어 중종 옆에 묻히려던 소망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태릉은 왕비의 능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크고 웅장하다. 봉분을 감싼 12면 병풍석에는 12지신상과 구름 문양을 새겼고, 봉분 바깥쪽으로는 난간석을 둘렀으며, 봉분 앞에 상석과 망주석 1쌍을 세웠다. 또한 봉분 주위로 석양(石羊)·석호(石虎) 각 2쌍을 교대로 배치했으며, 능원 밑에는 홍살문도 있는데 당시 문정왕후의 세력이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케 한다. 이 같은 태릉은 1km 정도 떨어진 명종과 인순왕후의 쌍릉인 강릉(康陵)과 함께 사적 201호로 지정돼 있다. 전체 권역은 50만평에 육박한다.
태릉선수촌은 이중 약 10만평 부지 위에 자리 잡고 있다. 1966년 당시 대한체육회장이던 민관식 씨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건립했다. 그곳엔 현재 운동장을 비롯 승리관, 월계관, 챔피언하우스, 개선관, 올림픽의집, 영광의집 등 20개의 크고 작은 건물들이 빼곡하다. 그리고 50년 가까이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요람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지금까지 대표선수들이 따낸 올림픽 메달만도 234개에 이르고 수많은 스타들도 배출했다.
이런 태릉선수촌이 내년 철거될 처지에 놓여 있다. 2009년 태릉·강릉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후 문화재청이 ‘문화재 복원이 유네스코 권고사항인 만큼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을 최후 통첩했기 때문이다. 체육계는 ‘태릉선수촌이 한국 스포츠의 요람이자 역사성과 문화성을 지닌 만큼 일부 시설을 근대문화유산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철거에 반대하고 있다. 모두가 후세에 물려줄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인데 과연 공존의 방법은 없는 것인지, 좀 더 지혜를 모았으면 좋겠다.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