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맹기호
소크라테스도 죽었다
유한함보다 더 큰 벽은 없다
살아온 날은 고통이었다.
슬픔은 시인의 양식이었고
고독 속에서 울며 먹었다
드물게 기쁜 날 그동안의 고통이 두 배였다
기쁨의 뒷벽엔 언제나 슬픔이 똬리를 틀고 있어
좋은 날도 눈물을 뿌렸다
떠나는 날 슬프다 해도
살아있는 시간에 기쁘고 싶은 것은
내가 날 사랑하는 때문일까
버리면 얻는다 했는데
절명의 날
날 버리면 얻어질까
화덕 같은 열기 속에서 콩밭 열무를 뽑아 장터에 내어놓아도 돈이 되지 않았을 그 시절, 맨발로 산에 올라 칡뿌리를 캐고 강변에서 물새알 친구삼아 뛰놀았을 시인의 유년시절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땐 그랬다. 희망이 무엇인지는 몰랐으되 기필코 살아야 한다는 명제 앞에 어른들은 새벽부터 일터로, 어린 숨결들은 댕그마니 홀로 놓여 고독과 씨름할 수밖에. 시인은 말한다. 죽는다는 사실보다 더 큰 벽은 없다고. 그래서 시인은 오늘도 쉬임없이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찾아다닌다. 거동이 불편하고 입맛이 없다하시는 구순 노부모를 설득하여 냉면이며 김치찌개 맛집으로 휠체어를 민다. 이제 인생을 반 이상 살았는데 언제 진리의 반석 위에 설 수 있을까? 버리면 얻는다 했으니 적어도 세상을 버리는 날, 그날은 알 수 있을까? 시인은 오늘도 마라톤 완주의 길을 나선다.
/권월자 수필가·수원문인협회 수필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