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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기름에도 지문이 있다

 

제9호 태풍 찬홈(CHAN-HOM)이 서해안을 지나간 다음날인 7월13일 오전 10시경 인천 남항부두 인근 해상에서 검은색 기름띠가 있다는 신고가 인천해경에 접수됐다. 신고를 받은 직후 해양경찰은 경비함정 및 해양환경관리공단 방제정을 긴급 출동시켜 해상에 유출된 기름의 방제작업을 실시했다.

또한 당시 남항부두에 피항 중인 약 300척의 선박을 대상으로 4일간 조사를 벌인 결과 선내 기관실 선저폐수를 배출한 예인선 K선박을 적발해냈다. 지난 2월에도 인천 연안부두에서 발생한 기름오염사고 시 인천 입·출항 선박 조사 및 탐문활동 등 해양경찰의 끈질긴 추적조사로 예인선 A선박을 적발한 바 있다.

해양오염 행위자가 도주를 하거나 오염행위를 계속 발뺌해서 자칫 미궁에 빠질 뻔한 이런 사건을 해결한 것은 선박마다 독특한 특징을 가진 기름의 성분을 비교하는 분석기법인 유지문(油指紋) 분석기법(oil fingerprinting method)때문이다. 유지문 분석기법은 수천 종의 화합물로 구성된 기름이 원유의 산지 및 생성조건에 따라 조건을 달리하는 것이 사람의 지문과 비슷하다는데서 유래됐으며, 해양오염사고가 발생했을 때 해상에 유출된 기름과 주변 선박의 연료탱크 또는 선저폐수 등에서 채취한 기름의 유사여부를 판정해 혐의선박을 압축하는 기법이다.

해상에 유출되는 기름으로는 원유, 연료유, 윤활유 및 유성혼합물인 선저폐수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원유와 석유제품에는 다른 기름과 구별되는 탄화수소의 구성 특성을 가지고 있다. 원유의 경우 생산지에 따라 특징이 다르게 나타나며, 연료유의 경우 동종의 기름이라 할지라도 그 원료가 되는 원유의 고유한 특성, 생산공정 및 생산시기 등에 따라 차이점이 발생한다. 또한 생산시기가 동일하다 하더라도 선박의 연료탱크 내에 잔존유가 존재할 시 이러한 잔류유와의 혼합에 의해 구별될 수 있는 특징을 지니게 된다.

이렇게 구별되는 특징적 차이를 이용해 동질여부를 판정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유지문 기법이라 한다. 즉, 유지문기법은 가스크로마토그래피 등의 정밀 분석장비를 이용해 기름마다 지니고 있는 특성을 밝혀내 해상에 기름을 유출한 선박을 찾아낸다.

해양경찰에 해양오염 예방, 방제 및 분석기능이 부여된 1978년부터 시작된 유지문 분석기법은 그 역사만큼의 축적된 자체기술과 선진국의 분석기법을 접목해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현재 해양경비안전본부에서 보유하고 있는 분석기능은 국제 수준으로까지 도약해 개발도상국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특히 2007년에는 베트남의 동·남부 해안 약 800㎞가 기름으로 오염돼 해양생태계 피해 등 심각한 환경문제를 겪고 있었던 불명사고의 원인을 규명해 주기도 했다.

또한 해양경찰은 세계 최초로 기존 분석기법의 정확도와 신속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1시간 이상 소요되던 분석시간을 30분 이내로 유출물질을 판별할 수 있는 패스트(fast) 분석기법을 개발해 업무에 활용하고 있어 쉽게 검거하기 어려웠던 오염물질 불법배출사건을 계속 적발해내는 큰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해양경찰에서 활용하고 있는 유지문기법이 바다에서의 오염사범 적발에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내수면 오염사고, 토양오염의 분야에서도 많이 활용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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