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얘기 한번 해야겠다. 그것도 여름 더위를 식히는 필수 핫잇이 된 통닭얘기니까 30년도 훨씬 넘은 얘기다.
‘한강의 기적’을 위해 한집 건너 한집씩 친구 아버지들이 중동으로 돈 벌러갔다거나 수원천에서 동네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멱감던 그 시절, 동네 골목길이며 놀이터에서 함께 뛰놀다가도 밥때가 되면 아무 집이고 몰려가서 먹던 인심좋은 그때도 통닭은 참 인기가 좋았다.
무슨 행사만 있으면 수원역에서 남문(팔달문)까지 시민퍼레이드가 펼쳐지던 그 시절 기름솥에서 통째로 튀겨먹던 소위 옛날식 통닭의 자리를 전기구이통닭이 새로운 대세로 접수했던 어느 날, 남문로터리를 지나 이태리안경 건너편에 등장한 세련된 닭집은 신선 그 자체였다.
먹기 좋게 조각낸 것도 모자라 튀김옷까지 입고, ‘치킨’이라는 이름으로 통닭이란 단어 자체를 지워버린 그 닭집에서는 심지어 햄버거도 아무 때나 먹을 수 있었으니 바로 ‘롯데리아’다.
‘롯데’라는 단어를 빼고는 먹을 것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아이들에게 신적인 존재였던 롯데가 껌도 사이다도 초콜릿도 아닌 통닭을 내놓았으니, 춤바람나서 집나갔다는 동네 아줌마 얘기나 깡패들이 무슨 교육대로 잡혀 갔다는 얘기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
심지어 시장통에서마저 언제부턴가 ‘켄터키후라이’란 이름의 조각닭튀김만 구경할 수 있을뿐이었으니.
그 롯데때문에 나라가 시끄럽다. ‘형제의 난’에, 국적기업에 대한 의문에 쥐꼬리만큼의 지분으로 전근대적인 전형적인 돌려막기로 완성된 지배구조까지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재벌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들끓기 시작했다.
삼성에 한솔 등 ‘순환출자구조’의 다른 재벌가는 물론 ‘8·15 사면’에 대한 애끓는 기대로 납작 엎드린 SK에 한화, CJ, 태광까지 온통 이 돌연한 판에 혹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다.
하긴 앞서 이미 ‘사건에 대처하는 재벌의 자세’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대한항공 일가에 ‘화려한 갑질’로 연일 화제에 올랐던 이들도 이제는 ‘대기업군’으로 포장한 재벌이 아니던가.
다행히 여야가 ‘기업지배구조개선’에 대해 다시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니 앞으로 경제정의와 부의 재분배, 균등 조세에 지하경제 양성화까지 다시 한번 기대아닌 기대로 일단 지켜보면 될 일이다.
그리고 이왕지사 말이 나온 김에 몇마디 더 거들자면 경제산업 전반의 공룡을 넘어 거대 괴물로 자라난 공기업에 대한 끊임없는 개혁 요구도 외면하면 안된다.
그 첫번째는 단연 LH다. 매주 내집 마련의 꿈을 안고 TV앞에 모여앉자 ‘주택복권’의 ‘쏘세요’ 소리에 긴 탄식을 지르던 시절의 대한주택공사는 끊이지 않던 날림공사와 하도급사 갑질 논란에도 국민의 사랑을 먹고 산 공기업이었지만, 지금의 LH는 어떠한가.
80·90년대 부동산 투기시대 분당, 일산의 1기 신도시를 시작으로 수많은 개발사업의 기린아로 ‘갑중의 갑’으로 성장과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자기 몸집 키우기에만 열을 올린 끝에 국민들과 지자체가 지금도 피해를 하소연하고 눈물을 짓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오죽하면 경기도에서 ‘먹튀논란’과 함께 ‘LH 거부’ 움직임마저 노골화되고 있는 상태이고 보면, 앞으로의 숙제는 분명히 정해졌다는 것을 굳이 되풀이 하고 싶지도 않다.
또 KT&G라든가 KT, 한국전력, 포스코 등이 ‘민영화’라는 형식적 절차를 거쳐 공기업에서 옷을 벗었다고는 하지만 이들이 내거는 첫번째는 공교롭게도 여전히 ‘국민의 기업’이라는 구호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주민과 지자체를 과연 그들의 구호처럼 대접하고 있는 지는 아직까지도 의문이다. 그 해답은 LH처럼 이들 스스로 이미 알고 있고, 또 국민들도 알고 있다.
그리고 진정 국민을 위해 국민의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할 때가 바로 매출을 위해서라면 수차례의 지적에도 늘상, 잠시 국민은 불편해도 되고, 불법도 저지르고 해도 되는 ‘이랜드’나 ‘이마트’ 등의 대기업마저도 국민과 국가를 위해 기본을 지키는 사회의 지름길이 될 것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