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2일 저녁, 미국 맨해튼 더 플라자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 만찬 행사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중년의 6인조 밴드의 깜짝 연주가 있었다. 이들은 ‘록앤 롤 오버 더 월드’의 신나는 리듬으로 연주를 시작, 로지스의 ‘노킹 온 헤븐스 도어’로 청중을 사로잡았고 피날레 곡으로 원더걸스의 ‘노바디’를 흥겨운 율동과 함께 선사해 객석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이날 프로 이상의 연주 실력을 뽐낸 밴드는 유엔 최초의 아마추어 밴드 ‘유엔록스(UN Rocks)’였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연주자들의 직업이다. 드럼 오준은 대한민국, 여성 리드싱어 시모나 미렐라 미쿨레스쿠는 루마니아, 베이스 입 페테르센은 덴마크, 기타 밀란 밀라노비치는 세르비아, 기타 비라차이 플라사이는 태국, 키보드 마헤울리 투포우니는 통가의 유엔 주재 대사들이었기 때문이다.
유엔록스가 창설된 것은 지난해 8월이다. 처음엔 오준 대사와 밀라노비치 대사와 둘이 시작했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대사들이 하나둘 참여, 지금의 중년밴드가 구성됐다고 한다. 함께 모여 연습을 하는 것은 한 달에 두 번 일요일 저녁, 우리나라 여느 아마추어 밴드와 다를 바 없다. 아무리 바쁜 대사들이라도 일요일 저녁에 약속 잡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것 또한 비슷하다.
몇 년 전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즐거운 인생’이라는 영화가 개봉된 적이 있다. 두 영화 다 일과 직장에 지치고 상처받은 40∼50대 중년 남성들이 록밴드를 결성, 음악을 통해 삶의 열정을 회복한다는 내용인데 개봉 후 동호회 결성 붐이 일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밴드에 열광하고 직접 밴드를 구성할까. 그것도 중년에. 많은 사람들은 음악을 통해 조화를 만들어내고 협동으로 이뤄내는 성취감을 얻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음악을 듣다보면 설레고 그 설렘이 깊어지면 연주하고 싶은 학창시절 향수도 한 몫 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한 번이라도 연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더욱 그러하다는 것이다.
최근 남녀 가릴 것 없이 중년밴드 결성 붐이 다시 일고 있다고 한다.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한다는 밴드를 통해 인생의 후반기를 멋지게 즐기는 그들이 부럽다.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