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쪽
/마경덕
잘 여문 호두알 어디에도 틈이 없다
두 쪽이었던 몸,
한 몸으로 봉합한 흔적이 있다
어느 한 쪽이 크거나 작으면 짝이 될 수 없었을 것
입추가 지나야 나무의 뼈가 여물고
그때 호두가 되는 것
맞물린 중심, 딱 절반씩이다
유일하게 뇌(腦)를 가진 나무
한 알 한 알 뜻을 담아 가지에 걸고
생각에 지친 사람들은 호두를 까먹고 머리를 채운다
한 줌 생각을 얻으려고 망치를 휘둘러
나무의 뇌를 속속들이 꺼내먹는다
날로 먹어도 고소한 호두알
어떻게 비린 생각을 익혔을까
뼈에 바람이 드는 나이에도 설익어 부르르 끓어 넘치는데,
두 개의 머리뼈를 맞붙여 마음 한 점 흘리지 않는 호두나무
완벽한 합일(合一)이다
삼십 년 전 한 몸이 된 나의 반쪽
우리는 자주 틈을 보였다
사소한 충격에 하마터면 두 쪽이 날 뻔하였다
생각이 깊은 호두나무와 머리를 맞대고
올이 풀린 봉합선을 더듬어본다
- 마경덕, ‘문학마을’ 2011년 가을호
호두, 나비, 그리고 부부는 신이 빚어낸 데칼코마니라는 생각이 든 시(詩)다. 반쪽이 시제(詩題)이지만 결코 반쪽을 노래하지 않는다. 호두처럼 좌뇌와 우뇌의 온전한 전사(全寫)를 통해 합일을 이루는 섭리를 노래한다. 우리는 더러 한 몸이기 때문에 만날 수 없는 몸이 있다. 마치 왼쪽 귀가 오른쪽 귀를 만날 수 없는 것처럼, 그러나 우리는 애초에 딴 몸이었기 때문에 두 개의 생각을 가진 것이 아니라 한 몸이 되어야할 데칼코마니의 숙명이기 때문에 각각의 닮은꼴이 되었는지 모른다. 부부는 어쩌면 흉내내는 반쪽이 아니라 온전한 한 몸이 되기 위해 닮을 수 밖에 없는 이승의 나비같다는, 생각이 복잡해도 닮을 수 밖에 없는 호두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김윤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