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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칼럼]잘못된 훈계는 평생 상처로 남습니다

 

지난 날 우리는 충격적인 뉴스 하나를 접했다. 제주도의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사가 이른바 말을 안 듣는 아이들을 ‘1일 왕따’로 지정해 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되는 시점에서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숙제를 해오지 않은 아이나, 발표를 잘 못한 경우 교사는 이 아이를 ‘1일 왕따’로 지목하고, 이렇게 지목된 아이는 아무에게도 말을 건네지 못할 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이 아이에게 말을 건네지 못하게 했다. 게다가 쉬는 시간에는 화장실에 가는 일 외에는 자리를 뜨지 못하고, 점심도 5분 안에 먹어야 한다. 하루 종일 투명인간 취급을 받은 것이다.

집에 온 아이들은 숙제를 하지 않으면 왕따가 된다면서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리거나 심지어 학교에 가기 싫으니 전학을 보내달라고도 했다. 속옷에 대변을 묻혀오거나 자다가 벌떡 일어나 가방을 싸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분노했다. 그러나 이 교사는 ‘왕따’라는 표현을 쓴 것은 맞지만 훈계를 위한 것일 뿐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1일 왕따 제도’는 결코 훈계의 방법이 될 수가 없다. 왕따 경험은 정신적 상처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연구결과를 보면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은 자존감 저하, 불안, 우울, 대인관계 공포 등의 정서적 고통을 받게 되고, 이 고통은 등교 거부, 신체의 이상 증상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게다가 왕따를 시키는 학생들 또한 공격성이 증가하여 나중에는 불법적인 행동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왕따 제도’는 아이들의 미래를 망치는 징벌이다.

징벌과 훈계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꽤 많은 교사들과 부모들은 자녀를 때리거나 야단치는 것이 훈계라고 생각해 징벌의 개념과 혼동한다. 그러나 징벌은 위반에 대한 벌을 가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훈계의 목적은 아이들에게 올바른 행동을 가르치는 것에 있다. 즉 징벌은 과거의 잘못에 초점을 두는 것에 반해 훈계는 자녀가 올바른 생각, 감정, 행동을 배워 미래에 더 좋은 성품을 형성하는 것에 초점이 있는 것이다.

또한 징벌은 부모나 교사가 갖는 상처, 좌절감, 분노에서 비롯되지만, 훈계는 사랑에서 출발한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다르다. 훈계는 부모와 교사가 아이들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만 초점을 맞추면 쉽게 분노하거나 비난하게 되지만 사랑으로 바라보면 그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는지에 관심을 갖게 되고, 좋은 성품을 가진 사람이 되게 하려면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어 상처를 주지 않고 훈계할 수 있다.

그런 훈계를 받은 아이들은 ‘잘못된 행동을 했는데도 여전히 나를 사랑해준다’ 또는 ‘다음에는 잘할 것이라고 믿어준다’ 같은 심리적인 반응을 보이며, 이들은 잘못을 반성하고 나아가 감사해 한다. 사랑의 훈계는 아이들에게 옳은 행동과 그른 행동을 분간하는 분별력을 길러줄 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생들의 관계도 깨지지 않고 더 돈독하게 만들어준다. 징벌이 두려움과 수치심을 주는 반면 사랑의 훈계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다준다.

‘성서’에는 훈계에 대해 “어린 아이를 실족케 하지 말라”, “거역하는 자를 온유함으로 훈계할지니”라고 전한다. 또한 ‘채근담’에서는 “가족에게 잘못이 있으면 화내지도 가볍게 보아 넘기지도 말라. 잘못을 깨우쳐주기 어렵다면 다른 일을 빌어 비유로써 깨닫게 하라. 오늘 깨닫지 못하면 다시 내일을 기다려 훈계하라. 봄바람이 언 땅을 녹이고 온기가 얼음장을 녹이듯 하라”고 가르친다. 우리 조상들은 모두 훈계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훈계는 마땅히 사랑으로 해야만 비로소 좋은 성품을 가르칠 수 있다는 진리를 알고 있었다.

리더십 있는 교사 혹은 아이들의 인성을 키워주는 교사가 되는 비결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 훈계에 사랑이 있느냐, 없느냐가 교사의 품격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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