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간문화재 1호는 고 김천홍 선생이다. 그는 조선의 마지막 임금 순종의 50세 생일잔치가 벌어진 인정전에서 아악에 맞춰 춤을 추던 무동이었다. 그런 그가 인간문화재가 된 것은 종묘제례악과의 만남 때문이다.
1910년 한일합방이 되자 조선 왕실은 공식적으로 해체됐다. 더불어 궁중음악을 담당하던 장악원도 해산됐다. 그러나 일 년에 네 번 지내는 제사와 임금의 생일 같은 행사에는 궁중 음악인 ‘아악(雅樂)’을 연주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이 같은 연주를 담당할 ‘이왕직 아악부’를 임시로 개설했다. 조선 왕조의 마지막 궁중음악가들은 이곳에 모여 궁궐행사와 종묘의 제사 때 연주할 음악을 연습했다.
그는 이곳에서 어린 나이부터 궁중음악과 무용을 배운 최후의 예인이다. 그리고 평생을 궁중무용의 계승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근현대 한국 무용사의 산증인으로, 궁중정재의 대명사로 불리며 인간문화재가 된 것은 1964년이다. 종묘제례악이 중요무형문화재 1호가 되면서 해금·일무(佾舞) 기·예능보유자인 그도 인간문화재가 된 것이다.
이처럼 인간문화재는 중요무형문화재로 기·예능이 인정된 사람을 일상적으로 부르는 말이다. 무형문화재는 연극·음악·무용·공예기술 등 무형의 문화적 소산으로서 보존하고 계승해야할 12개 분야다. 우리나라는 현재 예능 68개, 기능 53개 등 총 121개 중요무형문화재가 지정돼 있으며, 모두 176명이 인간문화재로 인정돼 있다.
하지만 이중 3분의 1 이상이 전수조교가 없어 무형문화재 계승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이번 국감자료에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이들 대부분 10년 넘게 장기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어 거의 무형문화유산의 단절 상태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나마 전수자가 있는 문화재도 평균연령이 61.7세로 새로운 후진 양성이 필요하나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문제가 불거진 것은 ‘쥐꼬리지원금’ 때문이라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 문화유산인데 돈 때문에 사라지게 해서야 되겠는가. 서둘러 전문 인력의 고령화와 생계 곤란 등 문제를 해결할 다각도의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