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선물 상품광고가 본격적으로 신문에 실리기 시작한 것은 60년대 초반이다. 그땐 간장 양말 내의에 와이셔츠 등 생필품이 주류를 이뤘다. 60년대 중반에 들어선 넥타이, 통조림, 청주, 조미료, 설탕이, 후반에는 구두, 시계, 비누, 종합 과자와 맥주광고가 등장했다.
당시 설탕은 최고의 선물목록 이었다. 사회에선 설탕선물의 받지 못하면 상류층이 아니라는 우스갯 소리가 돌기도 했다. 7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전기밥솥, 화장품, 아동장난감 등 다양한 공산품이 선보이고 햄 소시지 식용유,조미료,커피세트가 그 자리를 차지 했다.80년대 들어서는 선물종류가 1000여종으로 대폭 늘어났고 백화점 카다로그와 신문광고마다 다양한 상품이 넘쳐났다. 요즘은 종류를 셀수 없을 정도로 목록이 진화 했다. 1천만원을 호가 하는 프랑스 와인에서부터 9천800원짜리 양말선물세트에 이르기까지 가격대도 천차 만별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런 선물들의 최대집합소는 여의도 의원회관이라고 한다. 의원실로 배달되는 추석선물 택배 상자들이 속속 들어서고 연일 쌓이고 있어서다. 발송처도 기업, 정부투자 기관, 국정감사 피감기관등 다양하다. 여기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올 추석선물로 마련한 햅쌀과 흑미, 찰기장, 잣, 찹쌀 등 5종 농산물세트와 정의화 국회의장의 영광굴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와인세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봉하마을 오리쌀도 포함되어 있다,
물론 이같은 명절선물들은 가격적인 측면에서 일정 금액을 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정을 나누는 미풍양속의 일환이라는 긍정적이 측면도 있다. 또 여야 관계를 부드럽게 풀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의원실마다 명절선물대장을 작성하고 일부는 사회 복지시설에 기부도 한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아직까지명단을 공개한 의원실은 한곳도 없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선물 주고받기는 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해도 그 자체가 정치행위다. 어떤 품목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했는지가 모두 정치적 해석이 가능해서다. ‘선물과 뇌물’의 경계는 매우 모호 하다. 김영란법을 더 강화해 명절 선물 관행을 없애자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