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수면 아래로 잠겨 있던 제약회사와 의사들의 검은 거래 관행이 아직도 근절되지 못 하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대대는 최근 제약회사 대표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등 의료업계 종사자 274명을 입건했다. 이들을 연결해준 브로커도 6명이나 적발했다. 이들의 로비형태는 다양했다. 특정 제약회사 의약품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현금과 상품권 주유권 등 61억 5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 리베이트 자금은 고스란히 환자들의 금전적인 피해로 돌아간다는 데 문제가 있다. 아직도 이 같은 관행이 팽배한 것은 업계나 의료계가 아직도 자성하지 못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환자들의 치료제로 쓰는 의약품은 만드는 회사마다 천차만별이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복제약도 제조가 가능하다. 성분도 비슷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약회사들은 의사가 자신들의 회사가 제조한 약품을 처방케 하는 데 목숨을 건다. 의사가 처방한 특정 약품은 그래서 경우에 따라 약국에 비치하지 않은 것도 있다. 환자의 동의와 의사에게 사후승인을 얻어 성분이 비슷한 약으로 조제해주기도 한다. 이른 바 대체조제다. 의사들이 대체조제를 금지하는 약사법 개정을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00년 8월부터 시행된 의약분업 이후 리베이트 관행은 심화됐다. 환자에 대한 진찰·처방·조제를 의사·약사 간에 직능별로 분담·전문화하여 불필요한 투약을 방지하여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토록 하는 제도지만 치료약의 처방은 의사들이 하기에 제약회사로서는 의사들이 더욱 로비의 타깃이 될 수밖에 없게 했다. 약국들도 자연스레 종합병원 인근이나 동네 병원 옆으로 몰려들수 밖에 없었다. 의약분업으로 의사와 약사들이 한바탕 일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공생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의사들이 처방하는 약을 제대로 구비해놓지 않으면 안 되기에 그렇다.
‘지구의 종말이 와도 바퀴벌레와 불법 리베이트는 살아 남을 것’이라는 냉소적인 이야기가 있다. 불법 리베이트와의 전쟁을 선언한 지 10여년이 흘렀지만 의약계를 비롯한 사회 곳곳에 이 같은 관행이 근절되지 않았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의료수가와 조제약품 가격의 인상으로 가뜩이나 함숨 쉬는 환자들에게 불법 리베이트는 ‘설상가상’ 격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제약회사든, 의사든 일단 리베이트에 연루되면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엄격하게 처벌하는 일벌백계로 리베이트 근절에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