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청명한 가을에 가슴을 울리는 감동의 사연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모 방송사의 ‘함께 걸어요·행복운동화’라는 프로그램에 나온 안양시 중앙시장 이복희 할머니 이야기다. 노점상을 하며 한푼 두푼 모아 마련한 4억5천만 원 상당의 재산을 안양시 인재육성장학재단에 장학금으로 기부한 미담(美談)이다. 한 평생 남을 돌아보며 살아온 아름다우신 분이고 이런 마음이 바이러스가 되어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는 주변 분들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기부의 문화, 배려의 문화를 새롭게 인식하고 실천하신 훌륭한 분으로 모든 이에게 큰 귀감이 아닐 수 없다.
기부하면 흔히들 금전이나 물질을 떠올린다. 한 때는 많이 가진 사람이나 유명인사들이 베푸는 선행(善行)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기부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기부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나타난 바람직한 현상이다. 일반 시민 누구나 행할 수 있는 나눔의 기회가 열린 것이다. 사실상 우리는 착한소비를 통해 기부를 생활의 일부로 실천하고 있다. 매일매일 먹고 마시는 식품으로부터 생활용품, 의약품 등의 ‘나눔제품’을 구입할 때마다 일정 금액을 기부하는 형태가 그것이다. 인터넷이나 SNS에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 버튼을 클릭만 해도 기부가 된다. 그 금액이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국내외 각종 시설과 단체 등에 전달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최근 들어서는 재능기부가 활발하다.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남에게 나누어주는 프로보노(Pro Bono)다. 일반 분야에서 전문 분야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재능기부를 금전기부로 연결하는 방식도 주목받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뉴스 펀딩’이나 ‘재능기부 블로그’ 등이 그것인데 자신의 재능이 담긴 콘텐츠를 공유함으로써 네티즌들로부터 받은 기부금을 다시 기부하는 형태다.
우리시의 재능기부도 활발하다. 안양시에는 일명 ‘평생학습거리’로 불리는 곳이 있다. 안양로 323번길이 바로 그 곳인데, 여기에 모여 있는 각 기관과 단체에서 다양한 재능 기부가 이루어지고 있다. 통기타, 난타, 생활꽃꽂이, 도예, 종이접기, 생활자수, 네일아트, 케이크 만들기 등 10여개 강좌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시가 추진하고 있는 재능기부 활성화 시책과 ㈔한국평생교육사 안양협회가 손을 잡은 것이다. 관(官)의 시책에 민(民)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재능기부가 이루어지는 사례는 전국에서 안양시가 처음이다. ‘재능기부의 거리’로 언론에 소개되며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재능기부는 누구든 무엇이든 가능하다. 내가 요리를 잘한다면, 이야기를 재미있게 한다면, 그림을 잘 그린다면, 노래를 잘한다면 이미 절반은 성공이다. 맛있는 음식과 동화구연과 멋진 디자인과 자선음악회로 기부할 수 있다. ‘배워서 남 주나’라는 말이 있다. 무엇이든 배워두면 다 자기 것이 되니 열심히 익히라는 뜻이다. 이제는 ‘배워서 남 주자’는 말로 새롭게 써야 할 것 같다. 자기의 재능을 남들을 위해 쓰고, 남들과 나누는 문화가 더욱 확산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