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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물과의 전쟁

 

돈을 물 쓰듯 한다는 속담이 있지만 이젠 물을 돈 쓰듯 해야 한다는 말로 바꿔야 한다.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지역적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고 있다.

식수 및 생활용수를 제한급수 받는가 하면 강바닥은 거북등처럼 갈라지고 과수며 밭작물들의 작황도 좋지 않다. 콩을 수확해보니 죽정이가 많고 가뭄 때문인지 벌레가 극성이다. 같은 밭에 같은 조건으로 농사를 지었는데 올해는 유난히 병충해가 심하다.

수로가 비교적 잘 정비되고 운영되는 지역은 물 사정이 원만하여 큰 어려움 없이 농사를 지었지만 천수답이라던가 물 사정이 원활하지 못한 곳은 일 년 내내 발만 동동 굴렀을 것이다. 비가 오는 것은 하늘의 소관이라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기에 더 안타깝다.

우리 어릴 때는 한 바가지의 물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설거지한 물로 쇠죽을 끓이고 세수한 물로 걸레를 빨아 방 청소하고 그 물로 마당 청소를 했다. 마당에 펌프가 있었는데 가물거나 하면 물이 나오지 않았다. 마중물을 붇고 펌프질을 해도 빈 울림만 있을 뿐 물이 올라오지 않으면 할 수 없이 물동이를 이고 물을 길어야 했다.

과수원집에 우물이 있었는데 과수원 주인이 시내 살다보니 집 지키는 셰퍼드를 길목에 묶어놓아 우물가에 갈 때마다 송아지만한 큰 개가 날뛰는데 정말이지 무서웠다. 가끔은 목줄이 끊어져 물리기도 하고 개를 피하다 물동이를 뒤집어쓰는 일이 허다했지만 우리는 물 긷는 일을 소홀히 할 수가 없었다.

들일 나가신 어머니가 저물녘에나 들어오셨기 때문에 학교 갔다 오면 으레 물을 길어다 가마솥에 채워야했다. 두레박을 우물에 빠트려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고 간혹은 물동이를 깨뜨려 꾸중을 듣기도 했다.

키가 좀 크면서 부터는 물지게를 지고 다녔다. 물동이보다는 물도 많이 담을 수 있었지만 그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양쪽에 물을 가득 채워 기우뚱거리며 집에 와 보면 반 양동이 밖에 남지 않았다. 정말이지 물 긷는 일만 하고 싶지 않았다.

장마철이나 비가 오고나면 건수가 터져 펌프물이 잘 나왔기 때문에 비를 기다리곤 했다. 그러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하게 되면서 나의 물 긷는 일은 끝났지만 그 집에서 이사를 나오기 전까지는 동생들이 그 일을 대물림 했다. 이렇게 물이 귀하다보니 한 방울의 물도 아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수도꼭지만 틀면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 덕분인지 물은 실컷 쓰고 산다. 설거지며 세탁기 그리고 화장실 어디 할 것이 흔하게 쓰는 물, 사용자의 습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튼 흔한 것이 물이다. 양치질을 할 때도 양치 컵을 사용하면 좋으련만 양치질 하는 동안 물을 흘려버린다. 아무리 주의를 줘도 실천하지 않는다. 설거지를 할 때도 그릇을 닦는 동안만이라도 물을 잠그면 좋으련만 설거지 내내 물을 틀어놓고 있다.

수도세가 부담스러워서라도 아끼련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기상이변에 따라 가뭄이 장기화되고 물이 고갈상태에 이르러 물로 인해 고통 받은 이들이 많아졌다.

내년 봄까지는 물 사정이 어렵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물 부족국가인 만큼 국민 모두가 절수하는 습관과 함께 국가적으로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때이다. 소중한 물 나부터 아끼는 습관을 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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