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은 유희성이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놀이고, 어디부터가 범죄에 해당하는지 판별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 삶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면서 많은 사람들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따라서 예부터 나라마다 도박은 도둑질보다 더 큰 해를 끼친다고 해서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나 거둔 효과는 매우 미미하다.
도박의 폐해는 역시 자제력을 잃고 빠져들게 만드는 중독성과 삶의 피폐함이다. 그 점에서 마약과 동급으로 친다. 전문가들은 도박하는 심리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디세우스를 유혹하는 세이렌’에 빗대 설명하기도 한다. 바다의 요정 세이렌은 암초 해역에 살며 지나가는 뱃사람들을 노래로 유혹하여 배를 난파시키는 악녀다. 선원들은 세이렌에 맞서야 하는 것을 알고 처음엔 유혹을 경계하다 노래에 현혹돼 사랑에 빠지고 결국 물에 빠져 숨진다는 신화의 내용이 도박중독의 과정과 같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나라마다 국가적으로 카지노 등 공인된 노름장소를 오래 전부터 제공하고 있다. 이익금을 공익사업에 쓴다는 명분아래 걱정과 염려를 뭍고, 국가 이익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미명하에 경마나 축구와 같은 운동경기에까지 돈을 거는 행위를 거들고 있다. 도박에서 돈을 따면 쾌감을 자극하는 뇌 부위가 최고조에 달한다고 한다. 술이나 초콜릿을 먹을 때와 비슷하다고 하는데 놀라운 것은 돈을 딸 것이라는 상상만 해도 비슷한 흥분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거기에 승부욕이 가미되면 짜릿한 쾌감은 배로 증가한다. 도박이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어제 형사정책연구원이 도박 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2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계됐다는 보고서를 냈다. 또 불법 도박 중독자보다 합법적인 도박에 참가한 중독자가 절도·사기·손괴나 가정폭력 등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도 내놨다. 트로이 전쟁에서 이긴 오디세우스는 선원들의 귀와 몸을 묶고 세이렌의 유혹에 강력히 맞선 끝에 무사히 항해를 마쳤다고 한다. 형사처벌 이외에, 도박폐해 방지를 위한 이도 저도 아닌 대책으로 일관하는 정부의 무관심, 이쯤 되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것 아닌가./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