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 없는 말
/설태수
이동하는 지렁이 개미들은
밟히기도 한다.
벼락 맞은 사람.
비행기 착륙 사고.
무너진 축대로 차가 굴러 떨어졌다.
자운영 휘청거리고
적나라한 해바라기.
찻집 나온 일행은
“전화 해” “또 봐”
하면서 헤어진다.
기둥 없는 말에라도
기대고 싶다는 건가.
그 사이
비바람 불고 있다.
- 시집 ‘그림자를 뜯다’/2015, 시와 세계
발상이 매우 좋다. 사람이 제일 많이 기대는 것이 사람의 말이다. 기둥이 없는 말이라고 역설적으로 말하나 말이 기둥임을 각인시켜 준다. 사실 누군가 따뜻하게 건네준 말이 사람에게 가장 든든한 기둥이 되어준다. 희망적인 말에 기대어 사람은 밤을 건너고 겨울을 건넌다. 불행이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말은 상처를 보살피고 치료하고 함께 아파하고 무너진 것을 복구해준다. 말이란 소통기구가 없다면 세상은 불통의 세상이 아니라 불행의 세상이 될 것이다. 말 하나로 천량 빚을 갚거나 말이 모든 것의 화근이라는 것은 말이 중요함을 나타냄과 동시의 잘못된 말은 일생을 무너뜨리게도 한다. 그런 가운데 말이 기둥으로 서기 위해서는 말에 진실을 사랑을 배려를 실어주어야 말은 무너지지 않는 기둥이 된다. 시간이 거칠게 흘러가는 사이사이서 말의 기둥은 우뚝 서 있는 것이다. 차분하게 좋은 시를 계속 쓰면서 우리 곁에 있는 시인이 늘 든든하다. 좋은 시를 읽게 해줌에 감사드린다.
/김왕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