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평론가 고무로 나오끼가 쓴 ‘한국의 붕괴’란 제목의 책이 있다. 한국이 고도성장을 거듭하던 1980년대에 나온 책이다. 그 시절 한국경제가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며 ‘한강의 기적’이란 말을 듣던 때에 그는 조만간 한국경제 성장이 역풍을 맞아 뒷걸음질치게 될 것을 예측하였다. 이제와서 그의 말이 옳든 그르든 그의 비평을 깊게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그가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하여 그렇게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된 근거는 2가지 점에서다.
첫째는 한국인들에게는 장인정신(匠人精神)이 결여한 점에서다. 일본인들은 장인정신이 몸에 베어 있다. 그들은 대를 물려 받은 기술로 제품에 혼을 불어 넣는다. 그에 비하여 한국인들은 제품을 만들 때에 대충대충 만드는 습성이 몸에 베어 있다. 그래서 일을 맡았을 때에나 물건을 만들 때에 정성을 다하는 마음가짐이 부족하다. 고무로 나오끼는 이점을 지적하며 한국경제 발전이 조만간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둘째는 한국인들은 양반정신(兩班精神)이 몸에 베어 있어 경제성장이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양반정신이 왜 경제성장에 지장을 준다는 것일까? 고무로 나오끼의 주장은 양반들은 노동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노동을 싫어하는 사회, 노동을 싫어하는 백성들은 절대로 발전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자고로 땀 흘려 일하기를 싫어하는 백성들이 풍요를 누린 역사가 없다. 그것이 하늘이 정한 이치이다. 그렇다면 1970년대와 80년대에 한국인들은 어찌 그렇게 열심히 일하였던가? 고무로 나오끼는 그 답으로 헝그리 정신(Hungry Spirit)을 말한다. 그러나 경제가 어느 정도 향상되어 가난에서 벗어나게 되면 양반근성이 되살아나 일하기를 싫어하게 될 것이라 하였다. 요즘 청년실업이 일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땀 흘려 일하는 일터를 피하려 들고 소위 3D 업종을 피하려는 데서 생기는 현상임을 생각할 때 고무로 나오끼 교수의 지적이 수긍 가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