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위 ‘4대 사회악’은 우리 경찰의 주 척결대상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위 범죄의 근본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여성청소년과에 근무하며 느낀 것은 ‘가정폭력’이야말로 위 범죄뿐만 아니라 모든 범죄의 근본이자 씨앗이라는 것이다. 과거 가정폭력 신고는 일반 폭행과 다를 바 없이 취급돼 왔고, 그 심각성 또한 크게 느끼지 못한게 사실이다. 심지어 피해자조차 가정폭력을 ‘범죄’로 인식하지 못했고 개인과 사회 모두 이를 외면하고 있었던게 불과 몇 년 전이다. 현 정부 이후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높아졌고, 우리경찰도 가정폭력 근절을 위해 강력대응과 홍보활동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가정폭력이 왜 중요한가? 무엇보다 가정폭력이 다른 범죄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연속’, ‘세습’, 그리고 다소 특이한 성격으로는 ‘교육’과 ‘감내’를 들 수 있다. 가정폭력은 가해자가 100% 아는 사람이다. 심지어 내 가족이다. 내 가족을 범죄자로 만들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한번 두 번, 계속되는 가정폭력에 한번 더 참아보고 한번만 더 믿어보다 보니 10년이 지난 뒤에서야 고소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미 피해여성의 삶은 만신창이가 되어있었고, 심지어 사랑스런 아이들은 어느새 남편이자 아버지인 가해자의 성격과 행동을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한번 피해여성은 좌절하고 만다. 연쇄살인범, 아동성폭행범 등 엽기적인 범죄자 중 많은 이들이 어린시절 가정폭력의 피해자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우리는 이제 가정폭력이 더 이상 둘만의 문제가 아닌 내 아이를 넘어 사회를 뿌리 채 뒤흔드는 흉악범죄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4대 사회악 척결 3년차, 국민의 협조와 경찰의 노력으로 올해는 특히 가정폭력이 더 사라지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