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교착국면에 빠져든 가운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이번 주 평양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은 2007년 유엔 수장이 된 이후 여러 차례 방북을 타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특히 지난 5월에는 개성공단 방문 허가까지 받았다가 방북 직전 물거품이 됐다. 그러나 반 총장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으로서는 첫 방북을 기록하게 된다.
남북관계는 '8·25 합의'와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후 답보 상태에 있다. 특히 북한은 다음 달 초까지 강원도 원산 앞 동해상에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 총장의 평양 방문이 이뤄진다면 남북관계 진전에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반 총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왔다. 따라서 반 총장의 이번 방북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마련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장밋빛 기대만을 하기엔 주변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유엔과 국제사회는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일삼는 북한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 마주앉을 생각도 없다. 따라서 반 총장의 방북은 어떻게 보면 생뚱맞을 수도 있다. 그래서 북한의 반 총장 평양 방문 허용이 대외 홍보전략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내년 5월 열리는 노동당 제7차 대회를 앞두고 국제사회에 북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에 이어 중국과도 대화를 재개했다. 그러나 미국 등 서방세계는 대화 제의에 전혀 응해주지 않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유엔 사무총장이 북한에 온다는 것만으로도 국내외적으로 커다란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 북한은 이번 기회에 인권문제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선전하려고 할 수도 있다. 반 총장의 자세한 북한 방문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 제1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는 22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반 총장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책을 논의하고 남북 당국회담 개최 등을 중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 총장의 이번 방북이 남북관계 개선의 획기적인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