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저서 ‘목민심서 해설집’을 읽은 적이 있었다. 지방관리로 부임해서 해관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처리해야할 일들에 대해 공직자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자세를 ‘실질추구’, ‘애민’, ‘청렴’ 등등, 큰 덕목을 기초로 서술해 공직자라면 능히 그와 같이 행하라고 가르치고 있었다. 특히 백성은 부모 같은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다산이 백성을 어떤 태도로 섬겼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와 같은 다산의 정신을 생각하며 최근 추석을 맞아 가족과 함께 고향집에 내려갔을 때 경험했던 훈훈한 사연을 소개한다.
깊은 밤, 고향집에 내려가 푸근한 마음으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여독을 풀 요량으로 막내와 함께 욕실에 들어가 물비누로 샤워를 하는데 샤워기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온 마을 전체에 상수도가 끊겼다는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 사람들에게 고장 내용이라도 알려줄 생각에 면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자 잠시 기다려 달라는 설명이 있었고, 얼마 후 면사무소로부터 전화가 왔다. 마을 공동상수도 관정에 설치된 펌프의 불량으로 물이 끊긴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좋은 명절에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밤 11시를 넘긴 시각에 십리길을 한걸음으로 달려와 주민의 불편함을 해소해 준 것이다. 덕분에 온 마을이 자칫 엉망이 될수도 있었던 명절을 어머니 품에서 따듯하게 보낼 수 있었다.
정든 시간을 마치고 고향집을 떠나 집으로 돌아 오면서 연로하신 어머님 곁에 항상 마음 따듯한 공무원이 있다고 생각하니 아직도 훈훈함이 느껴진다.
지금도 고향의 면사무소 공무원을 생각하면 정다산 선생님의 ‘애민(愛民)정신’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는 생각에 시민을 위해 어떻게 복무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게 하는 기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