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02 (화)

  • 구름많음동두천 29.3℃
  • 맑음강릉 33.1℃
  • 구름많음서울 29.7℃
  • 구름조금대전 30.6℃
  • 구름조금대구 30.8℃
  • 맑음울산 31.3℃
  • 구름조금광주 30.5℃
  • 맑음부산 31.2℃
  • 맑음고창 31.0℃
  • 맑음제주 31.5℃
  • 구름많음강화 28.8℃
  • 구름조금보은 27.9℃
  • 맑음금산 29.4℃
  • 구름조금강진군 30.8℃
  • 맑음경주시 31.7℃
  • 구름조금거제 30.6℃
기상청 제공

[최운실 칼럼]땟골마을 사람들 ‘까레이스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고려인 이주민들이 모여 사는 곳, 안산 선부2동 땟골 마을이 화제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으로 건너온 이주민들에게 어느새 이 곳은 또 다른 고향이 되고 있었다. 매우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곳, 같은 안산이지만 무언가 낯설게 느껴지는 이 곳에 옛 소비에트 연방 붕괴 이후 독립국가 연합에 거주하는 한민족을 뜻하는 ‘까레이스키’라 불리우는 고려인들이 모여 살고 있다.

동북아평화연대에 따르면 전체 고려인 수는 약 40만 명으로 추정되며, 그 중 국내 거주 고려인들은 약 2만2천명 정도로, 전체의 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 중 안산에 약 5천명 정도의 고려인이 거주하고 있고, 이들 중 약 2천∼3천명 정도가 솗골마을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 고려인 대부분은 방문취업비자나 동포비자를 받고 모국에 들어와 3-5년 거주하며 주로 힘들고 어려운 일에 종사한다. 직업소개소를 통해 일용직으로 최저 임금을 받으며 주야 교대로 12시간 이상 일을 하고 살아간다.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임금체불, 산업재해, 성희롱, 폭언 등에 시달리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조선족동포와 달리 강제 이주로 인해 모국어를 상실, 노동, 생활 전반의 각종 문제에 대해 대처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고려인들이 한국 입국 시 왕복항공료, 비자비, 한달치 월세와 생활비로 대부분 약 2천달러 정도(우즈벡 1년 월급)을 모아 들어오므로 한 달 안에 일을 찾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으로, 대부분이 보증금 50만원, 월세 20-30만원의 쪽방형 원룸에 거주하며 힘든 삶을 버텨 내고 있다.

고려인들은 국적상으로는 외국인이지만 민족상으로는 한민족의 특수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 문화적으로는 한민족의 유교문화와, 러시아의 슬라브문화, 중앙아시아의 이슬람 문화가 혼재하고 이데올로기적으로는 구 소련시절 사회주의와 소련 와해 이후 자본주의적 성향이 혼재하고 있다. 외형적 모습은 한국인과 유사하지만 언어 소통에 어려움이 많아 그들에게 한국어교육은 가장 절실한 삶의 화두이다. 마을에 정착하면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바로 한국어 소통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이주 고려인들에게, 이 곳에서의 삶은 여전히 낯설고 힘겨운 이방인으로서의 삶일 뿐이다.

그런 그들, 까레이스키들을 위해 2011년부터 고려인지원단체 ‘너머’가 한글 야학교실을 시작했다. ‘너머’란 고려인지원 시민단체의 이름으로 국경을 너머, 차별을 너머, 경계를 허물고, 꿈을 심어주고, 조국을 배우게 하자는 의미를 지닌다. 말만 통한다면 좀 더 나은 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절실함에서 너머학교를 통해 이들 까레이스키들은 오늘도 주경야독으로 학습의 투혼을 불사르며 한국어 배우기에 온 힘을 쏟는다. 너머 단체의 너머학교는 그 밖에도 모국 문화 체험, 보건의료 사각지대인 동포들의 긴급 의료 지원, 각종 생활 통번역, 노동상담, 생활·법률 지원, 기타 모국 생활 상담 및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고려인들끼리의 만남의 자리를 통해 서로 정보교환도 하고 정을 나누어 한국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2014년부터는 새로운 학습의 희망이 점화되었다. 평생학습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나를 너머 우리 모두路’라는 학습마을공동체사업에의 참여와 열기가 대단하다. 단비처럼 학습을 통한 너머 세상의 일굼, 학습을 통한 새로운 ‘희망 씨앗’의 움틈이 본격 시작된 것이다. 오랜 이주의 역사에서 굳은 살처럼 생성된 그들만의 무기로, 그들은 오늘도 고단한 삶에 굴하지 않고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야학에서 ‘배움의 투혼’을 불사르는 일을 ‘즐거움’으로 맞는다. 한민족이지만 이민족화되어 버린 고려인들, 한국에서의 새로운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이든 배우고 일궈 내겠다는 그들 까레이스키들의 학습 투혼에 세상 속 가장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배너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