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방법원 판사였던 존 누난이 1984년에 쓴 ‘뇌물의 역사’란 책을 보면 기원전 15세기 고대 이집트 시대 때부터 이미 뇌물은 사회의 골칫거리였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시 이집트 왕조는 뇌물을 ‘공정한 재판을 왜곡하는 선물’로 규정하고, 처벌을 면할 목적으로 선물을 살포하는 행위를 단속했다고 이 책은 기술하고 있다. 그만큼 뇌물의 역사는 길다.
또한 영어로 뇌물을 뜻하는 브라이브(bribe)의 어원은 자선이나 자비심을 베풀 때 쓰는 선의의 금품을 뜻했다. 뇌물을 부정한 선물로 보는 인식은 동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자 뇌(賂)의 유래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뇌는 조개 패(貝)에 각기 각(各)을 결합해 만든 조어로, 문자 그대로 하면 ‘개별적으로 유통되는 재화’란 뜻이다. 조개껍질이 화폐로 통용되던 시절 공적으로 유통되지 않고, 사적으로 오가는 조개껍질이 있었으니 곧 몰래 주고받는 선물이었다. 이처럼 뇌물이 미명을 가식하는 데는 동서양이 따로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직 사회의 부패도가 그 사회의 청렴 정도를 측정하는 기준이 된다. 우리나라 공무원법에도 청렴의무를 법령으로 정하고 있고,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모두는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투명성기구 발표에 따른 우리나라의 부패인식 지수가 OECD가입국 중 27위로 나왔다는 사실은 아직도 우리나라가 갈길이 멀다는 것을 나타낸다.
교과서에도 실린 이규보 수필 이옥설(理屋說: 집을 수리하면서 얻은 교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잘못을 알고서도 바로 고치지 않으면 곧 그 자신이 나쁘게 되는 것이 마치 나무가 썩어서 못 쓰게 되는 것과 같으며, 잘못을 알고 고치기를 꺼리지 않으면 해(害)를 받지 않고 다시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으니, 저 집의 재목처럼 말끔하게 다시 쓸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라의 정치도 이와 같다. 백성을 좀먹는 무리들을 내버려두었다가는 백성들이 도탄에 빠지고 나라가 위태롭게 된다. 그런 연후에 급히 바로잡으려 하면 이미 썩어 버린 재목처럼 때는 늦은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바로 작은 것부터 실천해 나가야 한다. 민원인이 감사의 의미로 전달한 과일, 음료수 등 작은 감사의 선물로 받아들이는 것부터 없애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뇌물이나 청탁을 받지 않으면 청렴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시민들은 뇌물, 청탁과는 별개로 공무원의 친절도가 높을 경우 청렴하다고 느끼고, 불친절할 경우 청렴하지 못하다고 답하게 된다고 한다. 바쁜 업무에 시달리다 보면 민원인이 느끼기에 불친절하고 느낄 수 있고 이는 곧 청렴도와 직결이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수립하고 업무처리를 정확하게 한다고 한들 시민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어떤 이에게는 한해를 마무리 지을 준비를, 누군가에게는 또다시 다가올 내년을 맞아 힘찬 발걸음을 내딛을 준비를 하게끔 계절이다. 우리 공직자들은 저 높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공직자의 신념과 가치관에 대하여 고찰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공직자는 하루를 마감하며 민원인데 대하는 나의 응대가 적절한지 항상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