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과 더불어 한국 민주화의 상징인 김영삼 전 대통령이 22일 자정께 88세를 일기로 서거했다. 투병생활을 수 년 간 해오면서도 최근까지 여야와 국민의 화합을 강조하며 작금의 정치상황에 안타까워했던 분이다. 누구나 한번 세상을 떠나는 것이 이치이지만 그가 이 땅에 남긴 정치사적 의미는 대단한 것이어서 안타깝다. 박근혜 대통령도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매우 큰 충격을 받고 비통해했다고 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로써 2009년 노무현 김대중 등 대한민국의 두 전직 대통령을 한꺼번에 잃은 이후 김영삼 전 대통령마저 영면했다. 정치인 김영삼은 암울했던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온 몸으로 권위주의와 독재에 항거하며 늘 민주화투쟁의 중심에 서 있었고 최초의 문민정부를 탄생시켜 이땅에 항구적인 민주주의의 씨앗을 뿌린 정치 풍운아였다. 대통령 재임 중에는 군부내에서 정치집단화한 ‘하나회’의 싹을 완전히 도려냄으로써 정치군인들이 발딛고 섰던 토대를 허물어 내고 이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으로 이어진 민주정부의 초석을 깔았다.
경제분야에서는 전격적인 금융실명제를 발표하여 경제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한계에 다다른 관주도, 국가주도경제의 폐해에 제때 대응하지 못해 IMF에 국가경제주권을 넘겨주는 과오를 범하기도 했다. 정치인 김영삼은 25세 최연소 국회의원, 최연소 야당원내총무(1965년), 최초의 문민대통령(1992) 등 정치인생 내내 전인미답의 길을 걸었고 동시에 권력을 지향하면서도 항상 권력보다는 국민다수와 약자의 편에서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 집권초기부터 구설수에 올랐던 아들 김현철씨의 국정농단의혹과 측근들의 부패는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남았다. 집권말기에는 권력 창출의 공신들 조차 부패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김 전 대통령의 많은 업적들은 빛이 바랬고 권력의 전면에서 쓸쓸히 퇴장했다. 우리는 한국 정치사의 큰 어른을 잃었다. 이제 그의 못다 한 꿈은 우리의 숙제로 남았다. 김 전 대통령이 영면하기 얼마 전까지도 국민화합을 늘 열망했다고 했듯이 현재의 정치상황이나 경제상황 모두 되돌아보며 반성할 때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은 5일장으로 22일부터 26일까지이며 장지는 국립 현충원이다. 국민 모두가 한국 정치사의 큰 어른을 떠나보내는 장례절차에 애도의 뜻을 보냈으면 한다. 다시한번 김 전 대통령의 서거에 애도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