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 ‘굴을 먹어라, 그럼 더 오래 사랑 하리라(Eat oyster, love longer)’ 굴과 정력의 상관관계는 의학적으로도 오래전 증명된바 있다. 굴에는 칼슘뿐 아니라 다른 식품에 비해 아연이 풍부하다. 그리고 아연의 역할을 알고 나면 곧 고개가 끄덕여진다. 정력이 세다는 것은 ‘정자가 왕성히 만들어 진다’는 말과도 같다. 아연은 정자를 만드는데 절대 필요한 요소다. 굴이 바로 이런 아연의 보고(寶庫)니 사랑과 어찌 관계가 없겠는가. 하루 굴을 50개이상 즐겼다는 전설의 바람둥이 카사노바를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말이다. 독일의 재상 비스마르크는 그보다 세 배나 되는 굴을 먹어치웠다고 한다. 나폴레옹은 전쟁터에서도 굴을 꼭 챙겨먹었으며 고대 로마의 황제들도 굴을 좋아했다는 기록이 있다. 굴이 남성들의 원기를 높여준다는 사실, 오래전부터 잘 알려졌던 모양이다.
날것을 잘 먹지 않는 서양서도 예부터 굴만은 생식으로 즐긴다. 보통 9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나는 굴을 제철 음식으로 친다. 그들이 기준으로 삼는 것은 월을 지칭하는 영문표기에 알파벳 ‘R’이 들어가는 달에 굴을 먹어야 제 맛 이라는 논리다. 봄에서 여름까지가 산란기여서 독성이 많아 그런 것이지만 ‘R’발음이 왠지 굴과 닮은 것 같아 재미있고 수긍이 간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굴이 식용으로 이용된 역사는 매우 오래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선사시대의 패총에서 가장 많이 출토되는 것 중 하나가 굴 껍질일 정도다. 동국여지승람에도 강원도를 제외한 7도 70고을의 토산물로 기록되어 있다, 이것으로 미루어 우리도 예부터 즐겨 먹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굴은 한자로 모려(牡蠣)·석화(石花)·여합(蠣蛤)·모합(牡蛤)·여(蠣)라고 한다. 그중 돌에 핀 꽃이라 해서 석화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데 이렇게 돌이나 너럭바위에 붙어사는 자연산 굴을 보통 ‘어리굴’이라 한다. 어리굴젓도 그래서 생겨났다. 요즘 제철음식으로 굴 만 한 것이 없다. 마침 남해안 청정지역에서 굴 채취가 한창이라고 한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좋다는 알싸한 굴맛, 그 생각에 침이 고인다.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