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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정조의 건축]주합루 (下)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는 즉위 후, 본인이 영조의 적통(嫡統)임을 나타내려는 방안으로 영조의 어제각(御製閣)인 주합루(宙合樓)를 가장 먼저 건축하였다.

사묘건축의 대표인 종묘는 1층이지만 모두 원기둥이며 공포는 일출목 이익공으로 위계가 어느 정도 높은 편이다. 한편 주합루는 중층이지만 외부에 각기둥을 사용하고 공포는 출목 없이 처리하여 검약하게 보이고 있다. 전편에 이어 주합루만의 재미있는 점들을 찾아보자.

기둥=통재기둥(通材柱-1층에서 2층까지 하나의 부재로 된 기둥)을 사용한 것이 매우 특이하다. 보통 중층건물 내부공간에 층(層)구분이 없는 경우에는 내부기둥을 한 부재의 기둥을 사용하지만, 2층에 바닥이 있는 경우에는 층별로 별도의 기둥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통재기둥이 구조적으로 유리한 것은 알지만, 이렇게 길고 큰 나무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용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주합루에서는 30개의 모든 기둥을 통재기둥으로 사용하고 있어 외관적으로는 검약하게 보이나 많은 공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난간=난간의 사용기법도 특이하다. 보통 난간의 위치는 기둥의 선(線)보다 외부로 더 돌출되어 설치된다. 하지만 여기서는 기둥과 같은 선(線)에 설치되어 난간부재가 기둥의 하부를 서로 연결하여 구조적 보강을 하고 있는데 이런 기법은 궁궐건축의 특징이다. 보통 정자, 누각 등 벽이 없는 건물은 횡력에 약하고 비틀림 생기는 약한 구조인데, 이곳에서는 난간의 위치를 기둥 외부가 아닌 기둥 중심선에 맞춰 기둥 하부를 잡아줌으로써 공간의 확장 보다는 구조적 튼튼함을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기둥하부를 잡아주는 평난간은 외관적으로는 좋아 보이지 않아 계자난간(鷄子欄干, 닭다리 모양의 난간)을 외부에 덧붙여 놓았다. 이번 방식은 비경제적으로 보이나 구조적으로는 우수한 기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기법을 사용한 곳은 경복궁의 경회루와 수원화성의 화홍문에서 볼 수 있다.

1층은 기단에서 위쪽으로 약 40㎝밖에 안 올라가 있는데도 난간이 설치되어 있어 그 용도에 의문이 생긴다. 난간은 높은 곳에 설치되어 사람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는데 여기는 높지 않아 위험이 없는데도 설치되어 있다. 이 난간은 위험을 방지하는 시설보다는 출입을 통제하는 용도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마루판 골 방향=우물마루의 모양을 보면 마루판(廳板)의 방향이 일률적으로 되어있는 것이 아니고, 위치에 따라 방향이 변하고 있는데, 어떤 원칙에 따라 방향을 결정하는지 살펴보자.

공통점을 찾아보면 마루판의 골 방향이 외부를 향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청소’와 관련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루판 골에는 먼지가 많이 끼어 있어 이를 청소할 때 방향이 외부가 아닌 경우 먼지가 외부로 나가기보다는 내부에서 맴돌게 될 것이다.

혹시 진입동선 방향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지만 동선이 외부에서 들어오기 때문에 동선의 방향과 골의 방향이 같다고 볼 수도 있지만 주합루의 1층 동서 측의 마루판 방향은 진입 동선과 직각으로 돌아있다. 그러므로 전통건축의 마루판의 골의 방향은 청소 방향과 관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건축되는 많은 한옥의 평면을 보면 마루판 방향이 전통적인 방법과 달리 획일적으로 되어 있고 정부에서 인정한 ‘표준한옥주택도면’까지도 그렇게 되어 있어, 마루판 골 방향에 대한 연구와 홍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주합루에서도 전통건축의 재미있는 특징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어제각(御製閣)으로 창건한 주합루가 구한말과 근현대에 들어 권력자의 연회장으로 사용되다가, 민주화가 된 지금은 그 용도마저 상실하고, 비공개 시설로서 사진 촬영의 배경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사용하지 않는 한옥은 금방 상하게 됨으로 주합루를 영조와 정조의 어진을 모시는 어제각이나, 정조박물관으로 활용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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