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수원시립 아이파크미술관에서 재단법인 고은재단 발기인대회 및 창립총회가 열렸다. 한국 문화예술계로서는 마땅히 축하를 해야할 일이다. 그래서 이 자리에는 최일남 작가,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최정호 울산대 석좌교수, 김종규 삼성출판박물관 관장, 안선재 서강대 명예교수, 김언호 한길사 대표 등 문화·출판·학계의 굵직굵직한 인사들이 모였다. 그런데 이날 분위기가 축하일색만은 아니었다. 막상 수원지역 문인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고은재단 설립위원회가 초대를 안 한 건지 지역문인들이 참석을 거부한 것인지 분명하진 않지만 아무튼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지역문인단체인 수원문인협회는 이보다 이틀 전 긴급이사회를 열고 고은문학관 건립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근 추세가 개인문학관이 아닌 지역문학관인 점, 수원에 문학관이 설립되는 것은 환영하지만, 수원 출신이 아닌 고은 시인의 이름으로 문학관을 건립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반발했다. 앞으로 상황에 따라 반대성명과 현수막 설치에도 나설 계획이란다. 고은 문학관은 기업 후원금을 비롯, 개인 후원금, 찬조금, 기부금 등 민간재원을 거둬 건축한다는 계획이다. 재단 관계자는 예산문제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다.
그동안 수원시에는 수원미술전시관과 지지대 고개에 있는 정조대왕 효행기념관을 ‘어린이생태미술체험관’으로 변경했다. 그리고 행궁 앞에 대규모 아이파크 미술관을 건립했다. 이처럼 미술관련 시설이 들어서면서 미술편향에 대한 지역문인들의 불만이 생겼다. 이에 시는 구시가지 건물 1층 협소한 공간에 수원 문학인의 집을 만들어줬다. 스스로 선비임을 자처하는 문인들과 소통과 인문학을 강조하는 수원시가 이렇게 틀어진 것은 이유가 있다. 근본적인 것은 지역문학에 대한 상대적인 푸대접이다. 높아진 독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일부 지역문인들의 책임이 없다고는 못하겠다.
그러나 수원시의 소통방식은 문제가 있다. 고은문학관 기획과정에서 이 지역출신으로 고향을 지키며 활동해 온 문인들을 참여시켰어야 했다. 시는 앞으로 존경받는 지역 중견·원로문인들과의 자리를 만들어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도록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누가 뭐래도 고은시인은 이 시대, 이 나라를 대표하는 자랑스런 시인이며, 지역문인들은 수원을 지켜갈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고은문학관 논란을 지켜보면서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