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
/강미정
바깥에 나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아이,
바깥에 나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너,
바깥에 나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나,
바깥에 나가서 아직도 밖이냐고 묻는 우리,
밖은 담이 높다 밖은 수북하다
밖은 배가 빨리 고프다 밖은 빨리 마신다 밖은 늦게 취한다
밖은 맨날 하던 일을 때려치운다 밖은 거칠게 넥타이를 푼다
밖은 매일 피곤하다 밖은 매일 늦다
밖은 매일 돌아눕는다 밖은 늘 밖이다
밖은 늘 바쁘다 밖은 늘 밖을 기다린다 밖은 늘 밖을 불러낸다,
눈을 감으면 귀로 몰려오는 밖,
아직 오지 않은 밖을 기다린다
바깥에서 아직도 밖이냐고 혼자 말하는 텅 빈 밖
텅 빈 안,
- 강미정 시집 ‘그 사이에 대해 생각할 때’중에서
흔히들 남편을 바깥양반, 아내를 안 사람이라고 한다. 부부의 관계를 안과 밖으로 역할지어 부른다. 바깥에 나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는 나는 여자인 밖이다.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많다. 혼자 벌어서는 생활과 교육에 어려움을 겪는 사회구조 탓이다. 부모를 기다리는 아이도 밖이다. 어린이집에서 하루 종일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는 열린 문보다 환해졌다가 닫힌 문처럼 어두워진다. 너와 나 우리 모두 외로운 밖이다. 걸핏하면 일을 때려치우는 밖은 취해 늦게 들어온다 거칠게 넥타이를 풀고 돌아눕는다. 늘 바쁜 밖을 기다리는 밖의 귀에는 온통 밖으로 가득하다. 결국 텅 빈 안과 오지 않는 밖으로 나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는 너와 나 서로를 불러내는 우리들의 높은 밖이 수북하다. /김명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