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시대, 건강이 최고의 화두가 된 요즘이지만 술의 소비는 여전히 늘고 있다. 소주는 그 중에서도 대표주자다. 메르스 여파로 주류 소비가 전반적인 감소세를 보였던 지난 7월에도 소주만은 예외였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4.1%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소비량도 매년 증가 추세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국내 소주 출하량은 전년에 견줘 8.2% 늘어난 13억4천만리터였다. 대략 따져도 성인 1인당 연간 123병을 마시는 꼴이니 주당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우리나라의 알코올 소비량을 주종별로 보아도 소주의 위상(?)을 짐작할수 있다. 15세이상 1인당 평균 알코올소비량 8.9ℓ중 맥주 2.01ℓ, 와인 등 기타주류가 1.04ℓ인 반면 소주가 6.07ℓ나 되니 말이다. 일부에선 서민 술인 소주의 압도적인 성장세 비결이 낮아진 도수 탓이라고도 한다.
소주는 젊은이들의 회식 장소에서도 선호도 1위다. 지난 12월초 모 결혼정보회사가 20~30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송년회’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소주 1병 이상 마신다는 응답자가 76.1%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고 그중 남성은 소주 2.1병을, 여성은 1.4병을 마시는 것으로 드러나서다.
소주가 서민의 술로 자리 매김 하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 말, 설탕을 추출하고 남은 사탕무 찌꺼기인 당밀로 알코올을 만들면서 부터다. 그전 까지는 쌀과 보리를 원료로 만들어 서민들은 접하기가 사실 어려웠다. 그러나 당밀 알코올이 등장하면서 이것에 물을 타 소주를 만들었고 이름도 ‘신식소주’라 불렸다. 그 후 1965년 쌀을 원료로 하는 술의 제조를 금지한 뒤로 증류 소주는 사라지고 희석식 소주가 대량으로 제조 판매되면서 ‘서민의 벗’이란 별명이 붙었다.
그동안 서민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소주 줄고 가격이 연말 연시를 맞아 줄줄이 인상 됐다. 따라서 시중 음식점과 주점 판매 가격 또한 1000원쯤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그동안 도수를 낮추는 편법으로 가격을 올리면서 알코올 소비량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려논 일등공신(?)들. 그들의 기습적인 인상 결정에 이래저래 서민들의 유리지갑만 더 얇아지게 생겨 씁쓸하다.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