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가 같은 지역의 두 팀이 치르는 라이벌전을 ‘더비매치’라 한다. 이 같은 용어는 19세기 런던 북서부에 있는 소도시 더비(Derby)에서 기독교 사순절 기간 성 베드로팀과 올 세인트팀이 치열한 축구 경기를 벌인 데서 유래됐다.
유럽 프로축구리그엔 유명 더비가 많다. 스페인 마드리드를 연고지로 하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렌티코 마드리드의 라이벌전, 마드리드 더비도 그중 하나다. 이탈리아 세리에 A리그 AC 밀란과 인터 밀란도 마찬가지다. 모두 밀라노를 연고지로 하고 있어 밀란 더비 혹은 밀라노 더비라고 한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는 런던을 같은 연고지로 하는 아스날과 첼시의 런던 더비가 있다.
더비매치는 원래 같은 지역 연고팀들 사이의 경기에서만 사용하며 로컬 더비가 본래 의미였다. 그러나 이후 ‘치열한 라이벌전’을 뜻하는 용어로 그 의미가 변했다. 클래식 더비, 이탈리아 더비란 용어도 그래서 생겨났다. 이 경우는 같은 연고지를 가진 팀끼리 하는 시합이 아니라 전통의 라이벌끼리 겨루는 경기를 가리킨다. 클래식 더비는 프리메리가의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경기를 가리키며 전통의 대결이라는 의미의 엘 클라시코(el Clasico)라 부르기도 한다. 이탈리아 더비는 유벤투스와 인터밀란의 경기를 말한다. 최근엔 한 나라를 대표하는 팀들 사이의 경기도 더비라 한다. 내셔널 더비라 부르는 한·일전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도 더비가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 FC서울의 전신인 안양 LG가 K리그에 있을 당시 수원과 펼친 라이벌 경기인 지지대더비가 유명하다. 수원과 안양을 잇는 1번 국도의 고개인 ‘지지대’에서 이름을 딴 이 더비는 2004년 안양 LG가 서울로 연고를 이전하며 사라졌다가 2013년 FC안양이 K리그 챌린지에 새로 뛰어들면서 부활, 팬들을 열광시키기도 했다.
프로축구 K-리그엔 외국처럼 같은 지역을 연고로 하는 팀 간의 더비매치는 없었다. 적어도 수원FC가 1부로 승격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이젠 프로축구 출범 이후 최초로 진정한 더비 매치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상대는 같은 연고인 삼성이다. 수원시민들에게 행복한 고민을 안겨준 수원FC의 돌풍을 기대한다.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