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정채원
여자는 분수대 벤치에 누워 있다
숨진 지 여러 날 된 아기를
품에 꼭 안고
보랏빛 작은 입술 속으로 퉁퉁 불은 젖을 짜 넣고 있다
아기는 죽은 뒤에도
머리카락이 일 센티쯤 자랐다
- 정채원 시집 ‘일교차로 만든 집’ 중에서
아침마다 듣고 읽는 뉴스가 거짓말 같은 현실이다. 죽은 아기를 품에 안고 벤치에 누워 있는 여자는 정상인이 아니다. 죽음을 인식할 수 없는 정신 상태인 것이다. 노숙을 하는 상황에서도 자식을 버리지 않는 모성본능은 의식과 무의식을 뛰어넘는다. 죽은 아기의 입술에 젖을 짜 넣고 있는 여자나 인형을 업고 다니는 미친 여자의 모습과 생활이 과연 우리와 동떨어진 상황이라 말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십오 년 전에 죽은 내 동생이 지금도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만 같다. 동생이 숨만 쉬고 있어도 살아있으면 좋겠다던 엄마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산송장 같았다. 시인은 죽은 아기가 젖을 먹고 머리카락이 자랐다고 그 고통을 함께 한다. 자식에게 젖을 물려본 여자는 안다. 자식을 잃은 고통보다 더 큰 형벌은 여자에게 없다. /김명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