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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구 칼럼]겨울 나눔과 축제

 

유럽은 11월 초부터 성탄장식을 하며 거리에는 캐럴이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기독교 국가들이니 일 년 내내 아기예수 탄생을 기뻐하지 않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교회력에 따르면 11월은 아기 예수를 맞이할 마음의 채비를 갖추고 조신하게 살아가야하는 대림절기가 들어 있는 달이다.

 

11월의 때 이른 성탄장식과 캐럴은 상업인들이 거리의 분위기를 조성하여 매출을 올리려는 상술이라고 할 수 있다.

 

정작 보통 기독교인들은 듣도 보도 못한 성인 ‘발렌타인’의 날(2월14일)에는 상가마다 초콜릿 판매에 열을 올린다. 정작 숙연하게 성인(순교자)을 기념해야 하는 날들이 소비촉진의 날로, 축제의 날로 바뀌게 된 것에는 기독교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수의 천재 같은 상업인들의 술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순교자들마저 상업화에 이용당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이미 이탈된 것들을 모두 제자리에 돌려놓는다는 것은 불가능해지고 말았다.

 

순교자 성인의 이름을 상업에 이용하는 것을 기독교계에서 명예훼손 죄명으로 바로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이름을 욕되게 하지 않은 한 이것도 어려운 일이다.

 

부모를 살해하여 보험금 사기 치는 극악무도한 자들도 있는 판국에 이 정도는 애교라고 할 수 있다. 과거 한국에도 할로윈 데이가 없지는 않았지만, 최근 미국 유학생들이 급증하면서 미국식 할로윈 축제가 일본을 강타하고 곧 한국에도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상업인들이 할로윈 축제를 가만 둘리가 없다. 별의 별 기획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이것을 구입하여 선물하지 않으면 소위 시대의 흐름을 모르는 자로 낙인찍히게 되어 있는 애인마저 떠나보내게 되는 일도 발생할지 모른다. 발렌타인 데이, 자장면 데이, 빼빼로 데이 외에도 앞으로 어떤 축제의 날들이 또 생겨날지 가늠할 수 없다.

 

최근 서양의 블랙 프라이 데이에 대응한 K 데이를 만들어 국내 백화점은 대거 세일을 했다. 과거 기독교는 일년 365일 대부분을 성인 축일로 지정하여 기념미사를 드렸다.

 

특히 순교자를 기념하는 축일은 자성하면서 숙연하게 보냈으나 이 중 몇 날은 축제가 되어 통과의례를 했다.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하루하루가 축제이기를 모든 인류는 소망하지만 정작 그렇게 살라하면 지옥이 될 것이다. 땀 흘려 일을 하고 슬퍼하며 고통 받는 중에 찾아오는 축제, 쓴 약을 먹다가 맛보게 되는 단 맛의 효율성과 환희가 천국인 것이다.

 

아무리 상술이라고 한다지만 의미도 모른 채 모든 것을 축제로 환원하려고 하는 것은 미래를 생각해서 조심해야 한다.

 

인위적으로 제정한 축제는 몇 년 지속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해 수가 지나면서 식상해 지게 마련이다. 그러면 또 다시 새로운 축제가 만들어지겠지만 의미를 부여하면서 새로운 축제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기독교에서 최고의 축일은 부활절과 크리스마스이다. 적어도 이 두 축일만은 지금 국제정세로써는 이슬람이 이 세계를 정복하지 않는 한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 밖의 상술로 인해 만들어진 축제의 수명은 유행을 타겠지만 다 문화 글로벌 사회에서 조만간 사월 초파일을 포함하여 불교, 힌두교, 이슬람의 축일들이 상술로 인해 축제가 될지 모른다.

 

왜 한국에서는 유독 기독교 축일이 축제가 될까. 불교의 대 축일인 사월 초파일 즈음에도 크리스마스 때 만큼 먹고 마시며 물건을 구입하고 거리를 장식하지는 않는다.

 

젊은이들의 마음도 크리스마스처럼 설레지도 않는다. 이것은 서양이 갖고 있던 부에 대한 부러움과 함께 선교사들에 의해 그들의 문화가 빠르고 쉽게 수용된 탓도 있고 기독교가 한국의 근대화, 서구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교육도 서양식 학교와 교육제도를 따랐으니 비신자들조차 크리스마스를 이해하고 있고 또 이 날을 축제로 받아드리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정작 기념해야 할 의미는 실종되고 껍데기만 길거리를 난무한다고 해서 탓할 일도 아니다.

 

이 날이 무슨 날인지 그 의미도 다 알면서 상업적인 포장만 즐기는 다수의 상업인들과 시민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그래도 자신보다 가난하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이웃들에게 물질과 정을 조금이라도 나누면서 축제를 즐기시라는 부탁이다. 나눔이 축제가 될 때 그 축제가 의미 있고 풍성해지기 때문이다. 곧 크리스마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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