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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수원문인협회 ‘성명서’를 읽고

 

처음에 고은문학관 건립 관련 반대의견이 있다고 전해 들었을 때는 그럴 수도 있겠거니 생각했다. 모든 일에는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있고 반대하는 사람이 있으며 절충과 보완을 통해서 관철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반대 의견을 수렴해서 좀 더 완성된 계획으로 거듭날 수 있다면 행정 당국과 시민 모두에게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TV에서 뉴스로 전달되는 내용을 듣고 성명서 전문을 보니 정도가 심하다. 고은문학관 건립과 관련해서 내어 놓은 수원문인협회의 성명서는 황당하기조차 하다. 수원에는 경기시인협회, 수원시인협회, 경기 수필 등 여러 문학단체가 있으며 어느 단체에도 가입하지 않은 문인들 또한 많다. 몇몇 문학인의 견해를 마치 수원에서 활동하는 모든 문학인의 견해인 양 포장하여 기자들까지 불러 모아 발표한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혹여 반대 의견을 가졌더라도 이런 식의 표출은 곤란하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성토하는 방식이 이렇게 ‘정치적’일 수가 있는가.

수원 시민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정조대왕에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성군이었던 정조대왕을 문학에 국한시키는 건 너무 왜소한 발상이라고 생각된다. 그분은 정치와 경제와 과학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영웅이기에 좀 더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라고 본다. 문학과 관련해서 예를 들자면 정조숭모백일장의 위상을 크게 높여서 기성작가들까지 참여하는 공모전으로 전환한다든지, 홍제백일장과 하나로 묶어 이벤트를 추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면 수원시에서 이미 발표한 계획보다 좀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학관은 명칭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운영되는지가 더욱 중요할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반대는 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사를 까발려 모욕감을 준다거나, 작품을 폄하한다거나, 일부의 평가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한다거나, 하는 대목들은 너무 치졸하다. 어찌보면 문학은, 예술은 자기 자신을 못 견뎌서 하는 행위 같다. 유명세를 치르는 과정에서 공개된 개인사를 험담으로 이용하는 건 옳지 못하다. 누구라 고 실수가 없을까. 카메라를 들고 특정 개인을 따라다니면 하루에도 수십 번의 실수와 착오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다만 유명하지 않아서 실수 또한 노출되지 않은 것일 뿐. 나무는 가시가 억셀수록 꽃이 아름답고, 시인은 삶이 거칠수록 글이 깊을 것 같다.

120만 명이 넘는 수원의 인구 중에 ‘박힌 돌’은 얼마쯤 될까. 박힌 돌과 굴러온 돌을 가려서 어디에 쓸까. 그리고 ‘남의 떡’은 또 무엇인가. 수원시의 계획에 얼굴이 붉어진 ‘양식 있는 사람들’께서 어찌 이런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할 수 있는지. 고백하지만 우리 중에 몇 명이나 ‘만인보’와 같은 작품을 능가하는 글을 쓰고 비평할 수 있을까.

노벨문학상을 두 번이나 받은 일본은 우리보다 문학성이 월등히 높아서 받았을까. 우리 문학은 노벨상을 받은 수많은 나라들의 문학보다 그 질이 많이 떨어질까. 고은 선생께서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면 우리의 문학적 환경은 어떻게 달라질까. 행정 당국의 계획에 반대할 수는 있지만 이 일이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임을 잊지 말았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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