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화된 입
/강영은
딱딱하게 굳어져 있는 저, 돌의 입술도
처음엔 말랑말랑했을 것이다
부풀어 오르다 탁, 하고 터져버린 풍선껌처럼
한꺼번에 오그라든 돌의 입 속엔
아직 헤어지지 못한 바람의 어금니가 박혀 있을 것이다
심장을 두근거리며 처음 말문 열었던 돌,
모래가 되어버린 당신의 말도
거기 화석으로 굳어져 있을 것이다
- 강영은 시집 ‘마고의 항아리’ / 현대시학
돌의 묵묵한 입술이 물고 있는 것이 바람의 어금니뿐이겠는가. 모래가 되어버린 말뿐이겠는가. 말랑말랑한 입술에 닿으려 아득한 길을 달려오는 햇살, 말랑말랑한 입술이 되기 위해 평생을 바스락거리는 잎사귀들, 말랑말랑한 입술이 외롭지 않게 손 내미는 온갖 벌레와 그림자들, 고독을 이기려 말랑말랑을 흉내 내는 안개와 그늘까지. 말랑말랑하다는 건 뜨거운 삶의 현주소다. 수수만 년 침묵하는 돌의 한때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현재라는 시간이 품은 과거의 사실들. 그러니 현상만으로 사물을 단정하지 말자. /이미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