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새벽 2시다. 이불을 덮어 쓰고 백을 세고 천을 세다가 어릴 적 주워들은 옛날이야기를 떠올려 보지만 소용이 없다. 경비실로 연락을 해볼까 갖은 궁리를 하다가 또 망설인다. 시간도 늦었는데 이젠 자겠지 조금만 더 참아보자 하면서 TV를 켠다. 위층에 손님이 왔나보다. 그것도 아기 손님이. 이방에서 저 방으로 거실 끝에서 끝으로 콩, 콩, 콩 쉴 새 없이 뛰어다닌다.
공동생활이 늘다보니 층간소음문제로 이런저런 사건사고가 비일비재하다. 견디다 못한 이웃이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는가 하면 큰 싸움으로 번져 이웃 간에 불상사가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우리도 아이가 어릴 적부터 아파트 생활을 시작했다. 주택에서 자유분방하게 뛰놀던 사내아이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 이렇게 둘이었는데 그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클 때까지 심한 고통을 겪었다. 하루에 몇 번씩 아래층 어르신이 올라오셨다. 길에서 버스 안에서 눈만 마주치면 호통을 치셨다. 심지어는 아이들이 잠든 새벽시간에도 전화가 왔다. 그때만 해도 중앙난방식이라 난방이 시작될 때는 간혹 쿵쿵 소리가 들리기도 하는데 그 소리마저 우리 집에서 내는 소리라고 한밤중에 전화를 하는가 하면 우리 위층에서 아이들 뛰는 소리까지도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아이를 단속하고 또 단속해도 계속 문제가 생겼다. 막 걸음마를 시작한 작은 아이는 까치발로 종종 걸음을 배웠고 큰 아이도 매번 야단을 맞았다. 어느 날은 견디다 못한 남편이 정 그러시면 아이들을 천장에 매달아놓고 내려가시라고 했다.
마음 같아선 당장 이사를 가고 싶지만 대출받아 어렵게 장만한 집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만 태웠다. 아파트에 대한 환상과 꿈은 없어지고 고통과 긴장의 연속이었다.
아래층도 사내아이가 둘 있었는데 우리 큰 아이와 같은 나이와 두 살 터울의 작은 아이 또한 개구쟁이였다. 현관문을 열어놓고 거실에서 공놀이를 하고 이리저리 뛰며 신나게 노는 것이 보였다. 어이가 없었다. 그동안 당한 것이 억울하기도 하고 화가 치밀었지만 참기로 했다.
내 허물은 못보고 남의 허물만 탓하는 경우가 많다. 어르신도 내 손자들이 노는 것은 예쁘고 귀엽기만 하고 위층에서 내는 소리들은 짜증이 나신 모양이다.
몇 년 고통을 겪으면서 아이들도 크고 이웃 간의 갈등도 없어졌지만 한참 크는 아이들이라 아무리 조심을 시켜도 간혹 뛰기도 하고 또 또래 손님이 오면 어울려 더 잘 논다. 일 년에 한두 번 오는 손님이고 공동생활을 하지 않는 아이들은 뛰고 놀던 습관이 있어서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모처럼 온 손님을 야단칠 수도 없고 참으로 난감할 때가 있다. 이럴 땐 미리 양해를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콩 한쪽도 나눠먹는 것이 이웃이라 했는데 지금은 이런저런 문제로 갈등을 겪는 사람도 많다. 피아노 소리, 늦은 시간 청소기 돌리는 소리, 새벽에 물 쏟아지는 소리 등 많은 생활 소음들을 경험하게 되지만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지혜가 아닐까 싶다.
특히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계단이나 베란다에서 흡연을 하는데 그 냄새가 이웃에 그대로 전달됨은 물론 간혹 담뱃불도 끄지 않은 채 밖으로 그대로 던져 잔디밭에 불이 옮겨 붙어 화재가 발생하는 것도 봤다. 공동생활을 함에 있어 이웃을 배려하고 작은 것부터 실천하여 서로 편안한 삶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