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사업자 신고 없이 불법영업하는 업소가 있다.’는 신고로 비좁고 경사가 심한 지하계단을 한참이나 내려가야 하는 마사지업소로 출동했다. 처음 출동한 마사지업소는 천장이 낮고 ‘ㄹ’자로 굽이굽이 이어지는 작은 통로 양 옆으로 침대와 세면대만 놓인 작은 방들이 따닥따닥 붙어있는데 빨간 불빛마저 몽롱한 개미굴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입구는 바깥 화장실로 통하는 협소한 출입문과 지하계단을 통해 내려가는 작은 입구 두 곳뿐, 지하업소답게 통로는 창문 하나 없이 숨 쉴 구멍도 차단된 듯했다.
최근 인천의 마사지업소 화재사건도 허술한 시설물 안전관리 기준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미로와 같은 복잡한 밀실 구조로 인해 주방에서 시작된 작은 불씨가 건물을 전소시켰는데, 외국인 여종업원과 이용객 2명 사망, 1명 중상자를 냈다. 그 업소도 52평 면적의 공간을 안마실, 대기실, 창고 등 15칸으로 나누어 사용했는데, 한정된 공간을 무분별하게 분할해 입구만 10개가 넘는 미로가 됐다고 한다.
또한 퇴폐영업을 할 경우 주로 심야시간에 행해지고 창문이 없는 경우가 많아 화재발생 시 큰 인명피해로 이어지기 쉬운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마사지업소가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만 하면 영업이 가능한 자유업종이기 때문에, 인허가가 필요한 다른 업종과 달리 소방서의 안전시설 점검과 경찰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현실이다.
신고로 출동한 마사지업소도 사업자신고를 하지 않은 부분이 구청 통보 사항일 뿐, 당시 이용객이 없어 실태 파악이 불가능해 신고만 하면 영업이 가능한 마사지 영업만 한다는 업주의 해명만으로 경찰단속대상에서 벗어났다.
법은 개인과 사회적 법익을 위해 엄중하게 지켜져야 함에도 허술한 법망을 악용하는 순간, 제2·3의 계양구 마사지업소 화재가 재발하게 됨을 깨달아 법이 곧 ‘나를 지키는 보험’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기를 기원하며 창문 없는 통로를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