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갤럽이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가 충격적이다. 우리나라 성인 남녀 1천500명을 대상으로 했는데, ‘학교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존경받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무려 83%나 된 것이다. ‘존경받고 있다’는 응답은 불과 9%였다. 과거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고 해서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는 한 몸, 그들로부터 받은 은혜가 모두 같다고 했다. 민주주의 국가가 된 현재엔 임금 대신 국민이 주권을 갖고 있으므로 달라지긴 했다. 왕권이 사라졌으며 군사부일체를 패러디한 ‘두사부일체’라는 조폭 영화도 나왔다. 그런 조폭 영화 속에서 조차 스승은 아버지와 같은 급으로 존경받는 존재였다.
그런데 존경받지 못하는 스승이라니…. 존경은커녕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폭행당하고 험악한 욕설까지 들어야 하는 신세가 됐다. 실제로 올해 1학기 경기도내 초·중·고교에서 학생이 교사에게 행한 폭언·욕설은 183건, 수업 방해 16건이었다. 교사 폭행과 성희롱도 15건과 4건이나 됐다. 물론 신고된 사례이므로 우리가 모르는 사실도 꽤 많을 것이다. 학생이야 어려서 그렇다고 하지만 학생들의 잘못을 야단치고 시정시켜야 할 학부모 등에 의한 교권침해도 점증하고 있다. 올해상반기에만 12건이나 발생했는데 이는 지난 2013년(10건)과 2014년(10건) 한 해 동안 발생한 건수보다 많은 것이다.
학부모가 학교로 찾아와 교사에게 폭언과 욕설, 폭행을 가하는가 하면 경찰고발, 교육청 민원 제기, 언론제보 등을 통해 교사를 괴롭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학생인권조례에 원인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학생인권이 중시되면서, 교사교권이 추락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교육의 본질을 도외시하는 이들의 핑계다. 교육의 본질은 교사와 학생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지식보다 지혜를 가르치는 것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가르치는 것이다. 그게 진정한 교육이다. 교사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선생님’으로 존경받는다. 학교를 졸업하고 세월이 흘러도 선생님을 찾아뵙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들은 학생인권을 존중한 참 교육자들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교육풍토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디 감히 학부모가 교사에게 막말과 욕설을 퍼붓고 학생들 앞에서 폭력을 행사한단 말인가. 이러다간 교직이 천직(天職)에서 천직(賤職)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교권을 보호하기 위한 확실한 법적근거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