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우울한 소식들이다. 경기도와 도교육청의 예산안이 경기도의회에서 통과하지 못해 사상 초유의 지방자치단체 준예산 사태가 벌어졌다.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내홍이 결국 파행을 가져와 지방자치단체가 꼼짝을 못하게 된 것이다.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경기도의회 의원들끼리 난장판 싸움까지 벌였다. 중앙정치의 닮은 꼴이 되고 있는 지방의회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부그럽기 짝이 없다. 각종 사업예산을 편성하지 못한 경기도와 보육비와 학교신설공사 예산을 편성하지 못한 경기도교육청은 당분 간 파행운영이 불가피하게 됐다.
경기도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의장석을 점거한 여당의 반의회주의적 행위에 대한 ‘재발방지책’과 ‘남경필 지사의 사과’ 등 두 가지를 여야 간 재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며 날을 세우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강득구 경기도의회 의장은 지난 3일 오후 급히 만나 ‘준예산 사태와 보육대란’에 대한 해결 방안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잘 나가는가 싶던 연정이 단단히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 되고 말았다. 오죽하면 누리과정 예산안을 놓고 남경필지사가 직접 나서 정부와 여당 지도부에 대해 맞짱토론을 제안했는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같은 준예산 사태는 결국 도민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경기도는 누리과정 지원 대상이 유치원 19만4천명, 어린이집이 15만6천명 등 모두 35만 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여기에 들어가야 할 예산만 1조559억원이다. 경기도의회 여야 의원들의 극한 대립으로 한 푼의 누리과정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당장 3월에 개교할 학교들의 시설공사가 중단되고, 경기도는 경기도대로 모두 6천3억원의 각종 사업예산이 편성되지 못했다. 보육비 결제가 시작될 이달 말부터 보육대란이 일어나면 큰일이다. ‘식물 도정’과 ‘식물 교육’이 코 앞에 닥쳤다.
경기도의회 여야는 이제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 예결산안의 심의와 편성은 조례제정과 더불어 지방의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자 임무다. 예산을 적재적소에 투입해 도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달라고 뽑아준 도의원들이다. 여기에도 당리당략이 우선돼서는 안 된다. 경기도는 인구 1천300만 명에 육박하는 전국 최대 광역자치단체다. 의회도 당연히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이라도 당장 대화와 타협으로 임시회를 조속하게 열어 예산안 처리를 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