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서는 우리 스스로의 생각과 행동들 중에는 만들어진 것이 많다고 얘기한다. 사회적인 영향을 받거나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자동반사적으로 만들어져 행동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화재나 재난 현장에서 사람들은 스스로의 생각과 판단보다는 타인들의 행동을 보고 자기 행동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연기가 나고, 화재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타인의 행동을 먼저 보고 상황에 대한 판단을 다시하게 되면서 화재 현장에서 빠져나오기를 주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화재 현장이나 재난현장에 다수가 모여있을 때 인명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은 스스로 사고해서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러한 판단과 사고의 내용 자체가 이미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깊은 자기 성찰과 사건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서 만들어진 사고를 깨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심리학에서 말하는 것과 비슷하게 자연 현상에도 우리가 만들어 놓고 마치 자연적으로 발생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
기후변화가 대표적이다.
기후는 장기간 날씨의 평균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그런 평균상태가 변화하는 것을 기후변화라고 한다. 장기간 기온이 상승하는 지구온난화와 규칙적이거나 불규칙적으로 나타나는 변동성을 가지는 엘니뇨가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기후변화가 마치 인간과는 상관없이 자연에서 스스로 일어나는 변화로 생각한다. 그래서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감도 개인적으로 덜 느끼며,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나와는 상관도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후변화가 만들어진 것이라면 어떨까? 기후변화가 인류에 의해서 아니 좀 더 구체적으로 우리 각각의 개인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도 책임도 달라질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소비하고 낭비하는 에너지, 물, 공기, 물품이 모두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를 만들어내는 직접적인 원인이다. 우리 각 개인이 하는 소비와 낭비가 온실가스의 농도를 높이고 그것이 기후변화를 만든 것이다.
기후변화는 자연적으로 꾸준히 진행되고 있었지만,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급격한 기후변화는 현대에 들어서면서 인류가 만들어 낸 것이다. 기후변화를 자연의 한 모습으로만 생각하고, 마치 개인인 나와는 상관없는, 실체 없는 글로벌한 무엇인가의 책임으로만 막연히 생각하는 것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현실 회피경향이다.
나뿐만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기후변화에 대해서 무감각하게, 피하거나 준비하지 않고 앉아 있으니 마치 화재 현장 속 연기에도 피하지 않고 있는 것과 같다.
그럼, 기후변화가 만들어진 것이라면 원래대로 되돌려 놓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예를 들면, 신축아파트는 개개인이 들어가 살지만 대표적으로 한 기업이 만들어 판매한다. 마땅한 땅만 있다면 2~3년 내에 완공과 입주가 가능하므로, 만들기는 수월하다.
그러나 재건축은 신축의 몇 배의 시간이 걸린다. 신축할 때처럼 개인들이 살고 있지만 재건축은 그 각각의 개인들의 이해관계와 관심에 따라 달라진다. 재건축을 할 것인지 안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판단부터, 공공시설의 위치까지 서로간의 의견이 달라 재건축이 쉽게 결정 나지도 않고, 결정되더라도 진척이 매우 느리다.
이와 같이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는 개인이든 개인이 모인 산업체에 의해서든 쉽게 배출되었지만 온실가스를 줄여 기후변화를 막는 것에 대한 대책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특히 각각의 개인들이 기후변화를 스스로 만든 것이라고 인식하지 않는 한 더욱더 어렵다.
우리의 출발점은, 기후변화는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우리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야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대응에도 적극적으로 동참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