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누리과정 예산 해결에 결국 염태영 수원시장과 남경필 경기지사가 해법을 내놓았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난 4일 경기도 누리과정 예산이 편성되지 않으면 올해 시 예산에 편성된 ‘누리과정 운영 예산’을 단기적으로라도 투입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초자치단체장으로서는 처음이다. 염 시장은 누리과정 예산의 전액 국가부담을 주장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그래서 당으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염 시장의 이같은 선언은 당을 떠나 시민을 위한 시장임을 우선으로 생각한 어쩌면 용기있는 행동이라 볼 수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도 이를 보고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곧바로 경기도 역시 수원시의 입장에 지지를 표명하고 보육대란을 막기 위해 기채를 발행해서라도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힘을 모으겠다고 했다. 알다시피 남 지사는 새누리당 소속으로 염 시장과는 당을 달리 하고 있다. 그럼에도 도민과 시민을 위한 화급한 상황을 두고만 볼 수 없다는 데 서로 인식을 같이 한 것이다.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예산을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는 것은 지방자치를 말살하는 것이라고 진보 교육감들과 야당에서는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도 똑같이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나 복지를 책임져야 하는 의무가 있다.
염 시장이나 남 지사가 지금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논란을 모르는 사람들도 아니다. 책임소재를 따지다보면 그 누구도 책임질 사람이 없게 된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당장 보육대란이 일어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과 자녀들에게 돌아가는 것이기에 일단 급한 불은 꺼보자는 결단이었다. 염 시장과 남 지사의 소신있는 결정에 동조하려는 지자체들도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경기도가 정책적 판단을 해주면 편성하겠단다. 경기도도 이에 대해 각 지자체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해서 집행하게 되면 도 차원에서 적극 예산을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중앙정치나 지방정치나 모두 국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게 당연하다. 대통령 공약사항이니 정부가 책임져야 하느니, 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반드시 준수해야할 법률상 의무니 하면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것이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뭐 하나 주민들을 위해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정치인들이다.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는 이유다.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지만 주민복지를 위해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린 두 단체장의 통큰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