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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산삼(山蔘)과 지방의회

 

산삼에는 등급이 있다.

최고우등품인 체삼(體蔘)은 한 뿌리 무게가 한냥(37.5g)이 넘고, 몸체가 손상된 것이 전혀 없고 색깔은 황금색으로 몸 전체에 윤기가 있으며 몸체길이도 약 10㎝가 넘는 것으로 다리가 2~3개인 것인데 특히, 잔뿌리가 길게 자라고 나이만큼 많이 자란 것을 가리킨다.

땅의 기운, 그 결정체라는 산삼이 땅 속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어 흙 바로 곁에서 호흡하여 모든 영양과 기운을 빠짐없이 흡수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동안 뿌리가 가늘어지고, 수많은 갈래로 나누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일 것이며 그 잔뿌리의 풍성함으로 가치를 매기는 것 또한 합당한 계산일 것이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들의 생김새가 개별적인 것처럼 그들의 생각도 개별적이다. 참으로 개별적인 그 생각들을 온전히 담을 수 없어 우리는 지역을 나눴다. 지역을 나누어도 그 생각들을 온전히 담을 수 없어 우리는 대표를 뽑았다. 대통령이 생기고, 국회의원이 생겼다. 그럼에도 나의 생각은, 우리 동네의 생각은 모두 반영되지 않았다. 그 생각들을 반영하기 위한 ‘뿌리’가 너무 굵고 짧아 도달하지 못했던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흔히 지방자치를 풀뿌리에 비교하여 설명하고는 하는데 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 없다. 즉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라는 거대한 나무를 키우고 지탱하는 뿌리라는 것이다. 이러한 지방자치에 있어 정수(淨水)라 할 수 있는 지방의회는 1949년에 지방자치법이 제정·공포됨에 따라 4월 25일에 시·읍·면 의회 의원선거가 실시되고 5월 10일에는 도의원 선거가 실시됨에 따라 구성되었다. ‘뿌리’를 가늘고 풍성하게 하려는 노력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지방자치의 문턱을 넘긴지 20여년이 지난 지금, 제7대에 이른 지방의회는 주민의 입장을 대표하여 지역사회가 풀어야 할 문제를 찾아내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개발하여 조례화하고 건의하는 성공적인 정책개발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드디어 나의 생각, 우리 동네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뿌리’가 충분히 가늘어지고 깊게 내려온 것이다.

1992년 담배자판기를 통한 연초 소매를 허용하고 있는 중앙정부의 법령으로 인해 담배자판기설치금지조례를 제정할 수 없었던 부천시의회가 시민들과 함께 법령개정운동을 벌여 결국 당해 조례를 제정할 수 있었던 일은 이것을 증명했던 사건이라 볼 수 있다.

동두천시의회 또한 국가의 210포병여단의 일방적인 주둔 결정에 대해 ‘범시민 궐기대회’, ‘국방부 장관 및 여·야 대표 면담’, 미군 잔류 반대 릴레이 1인 시위를 전개하는 등 문제 해결에 사활을 걸고 많은 사람들에게 동두천시의 목소리를 전하여 동두천 국가산업단지 조성 결정 등 국가 지원 약속을 이끌어내고, 주한미군 공여구역인 캠프 캐슬에 민자 419억 원을 투입, 2016년 3월 개교를 목표로 ‘동양대학교 북서울 캠퍼스’를 조성하는 등의 성과를 내는데 이바지한 것도 그 예라 할 수 있다.

지방의회가 구성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 곁으로 내려오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소중한 나의 생각, 우리 동네의 생각을 전할 수 있는 그 ‘뿌리’가 이제는 상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시민의 소리와 마음을 대표하고 대변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 항상 시민 속에 파고 들어가 대화를 반복하고 시민의 고민과 소리를 들으면서 시민 전체의 복지향상과 지역사회의 활력 있는 발전을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잔뿌리’로서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한다면 풍성한 잔뿌리를 가진 산삼이 최고우등품으로 평가 받듯 시민의 목소리가 그대로 반영되는 ‘살기 좋고 경쟁력 있는 최고우등 도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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