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천
/신원섭
풀을 밟아 오솔길을 내듯이
물도 한 발짝 한 발짝 길을 내며 흘러내리지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대닫기만 하다가
비평과 함께 거꾸로 떨어지면서
통리 골 미인폭포라고 소리치기도 하지만
차츰 느려지는 걸음걸이로
앞뒤, 옆의 눈치를 따라가게 되는 거야, 그렇게
태백산 도계 골짝의 허리를 능청능청 휘감아 돌다가
삼척 죽서루 절벽 아래쯤 와서
시퍼런 무당의 얼굴빛으로 가라앉는 건, 바로
생명의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
호흡을 잠깐 멈추고
천년의 기와지붕과 그 곁의 늙은 회화나무를 쳐다보면서
저게 바로 세월이로구나
기가 죽어 입맛을 다시는 것이지.
- 시집 ‘닥터존슨’ /서정시학/2014 에서
강원도 삼척 쯤 가야 만나는 물입니다. 물 아래에서 위까지 가려면 오십 번 정도는 건너야 한다는데 오십 고개 넘는 인생살이 닮은 듯합니다. 한때는 휘어질 듯 꺾이지 않고 ‘능청능청 휘감아 돌다가’ 모두 제자리로 돌아왔건만 이제는 모두 힘들어합니다. ‘기가 죽어 입맛을 다시는’ 모양입니다. 그만! 타령조 깨달음은 여기서 끝냈으면 합니다. 흘러내려가는 물을 거슬러 다시 올라가다보면 거기 역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이후 탄광의 갱목으로 쓰기 위해 남벌됐던 아름드리 나무들이 오롯이 서 있을 겁니다. 한때 탄광 폐수로 뒤덮였던 세월을 거슬러 가면 생기넘치는 생명의 원천이 자리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역사의 강물은 언제나 새롭게 흐르기 때문입니다. /이민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