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지역의 고등학교와 중학교, 그리고 초등학교 배정과정에서 먼거리 통학생들이 상당수 발생, 학생과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고교배정의 경우 평준화 지역에서 무작위배정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선지원 후추첨제 방식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아 이에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안양 충훈고, "통학시간만 2시간.. 버스노선도 없는데 어떻게 학교를 다니라고.."
올해 신설학교인 안양 충훈고에 배정받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원거리통학과 버스노선이 없는 것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9일 충훈고 배정 학생과 학부모들에 따르면 올 3월 개교예정인 충훈고에 525명의 학생이 배정된 가운데 평촌지역인 동안구 학생 295명이 포함돼 통학시간만 2시간이 걸리는 등 큰 불편을 겪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경기도교육청이 버스노선도 없는 상태에서 안양시와 협의해 만들겠다는 등 뒤늦게 대책을 세우는 데다 통학버스 마련도 어렵다고 밝혀 학생들만 더 큰 피해를 입게 됐다며 재배정을 요구하고 있다.
아들이 충훈고에 배정됐다는 한 학부모는 "집에서 10km가 넘는 거리의 학교에 배정된다는 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등교시간만 2시간씩 걸리고 아직까지 버스노선조차 없는데 학교를 가지 말란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안양시 동안구 소재 신기중학교에서 충훈고로 배정된 한 학생은 "10지망에 쓴 학교에 배정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정해지지도 않은 교복, 지어지지도 않은 급식소, 또 지하철도 버스도 없는데 어떻게 학교를 다니란 말이냐"며 재배정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배정은 컴퓨터로 정한 것이로 재배정은 없다"며 "공사를 빨리 마무리 지어 3월 개교에 차질이 빚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버스노선 문제는 현재 안양시청과 협의중이다"며 "가능한 빨리 버스노선이 놓이도록 해 학생들이 교통에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수원 한일초교, "바로 옆에 학교를 두고 먼 학교를 가야하느냐"
수원교육청이 새로 문을 여는 초등학교와 기존 초교와의 통학구역을 조정하면서 통학거리가 멀어진 학생과 학부모들이 크게 반발했다.
수원시교육청은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소재 한일초교의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에 오는 3월 개교하는 수일초교와 통학구역을 조정하기 위한 주민의견수렴를 지난달 2일 행정예고했다.
행정예고에 따르면 한일초교의 총학생 1천900명 가운데 송죽동 거주 300명의 학생들을 수일초교로 배정된다.
그러나 송죽동 지역 학생과 학부모들은 가까운 한일초교를 놔두고 수백미터나 떨어진 수일초교에 배정받는 것에 반대했다.
특히 한일초교로부터 행정예고 안내장을 이의제기 마감일인 24일을 일주일 앞둔 17일 받아 설연휴와 겹쳐 이의제기를 제대로 할 시간이 없었다며 항의했다.
한일초교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다는 학부모 김정미씨는 "한일초교 담벼락에 붙어서 살고 있는데 단지 송죽동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걸어서 30분 넘게 걸리는 수일초교로 배정받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특히 김씨는 "설연휴 바로 직전에 안내문을 줘 실제 이의기간이 19,20일 이틀밖에 되지 않는 것은 날치기 행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대해 한일초교 관계자는 "수원교육청으로부터 공문을 FAX로 받는데 기계적 문제가 있어 공문을 늦게 받았다"며 "송죽동 지역 학생과 학부모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17일 비상소집을 해 각 가정마다 안내문을 통보하는 등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수원교육청은 60여명의 송죽동 학부모들로부터 이의를 제기받아 한일초교 인근의 학생들이 그대로 학교를 다닐수 있도록 방침을 정했다.
▲인천 학부모, "근거리 배정원칙 무시" 반발
인천지역의 올해 후기고등학교(인문고)와 중학교 배정과정에서 먼거리 통학생들이 상당수 발생,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7일 인천지역 중학교 3학년생(2만2천959명)에 대한 후기고 배정 결과 발표이후, 인천시 교육청에는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연수구 Y중 3년인 김모(16)양은 "걸어서 3분 거리인 인천여고를 1지망으로 써냈는데도, 버스로 1시간 통학거리인 중구 소재 I여고에 배정됐다"며 "3∼5지망도 아닌 10지망 학교에 배정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평준화 제도하에서 모든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에 배치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연수구 뿐만 아니라 부평구와 서구, 계양구 지역에서도 벌어지고 있어, 앞으로 학생 및 학부모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 4일 초등학생들에 대한 중학교 배정발표를 둘러싼 학부모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동부교육청 관내 남동구 만수동과 연수구 옥련동에 거주하는 일부 초등학생들이 먼거리에 있는 중학교에 배정되자, "근거리 배정 원칙이 무시됐다"며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모(43)씨는 "딸이 집근처 중학교인 남동중과 만월중, 만수중을 1∼3지망으로 냈는데도, 10지망인 남동구 논곡동에 배정됐다"며 "새로 배정된 학교로 통학하는데만도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고 했다.
연수구 옥련초등학교에 다니는 박모(13)양도 집근처 인송중과 옥련중을 1,2지망으로 썼지만, 10지망인 선학중에 배정됐다.
7∼10지망에 배정된 옥련초교 학부모 28명은 "아이들을 배정학교에 보내지 않고 편입학하는 방법을 모색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송도, 축현초교 등 학부모 20명도 지난 5일 "근거리 배정원칙에 반(反)한 중학교 배정의 대책과 해결방안"을 촉구하는 모임을 열었다.
학부모 박모씨(40.여.연수구 동춘동)는 "지난달 13일 컴퓨터 추첨이 끝났는데도, 중학교 배정을 20일이 지난뒤에 발표하는 것은 추첨후 학교배정을 조작할 가능성도 높다는 뜻"이라며 "심지어 타 지역에서 1년전 부터 위장전입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천동부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학부모와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배정 관련 예비 지망 가이드 북을 제공했다"며 "이를 토대로 지망순위를 정했으면 10지망까지 배정되는 경우는 드물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