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원숭이의 해가 떠 오른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에 접어들고 있다.
신년을 맞으면서 겨울답지 않은 따뜻한 날씨 탓에 지구촌 곳곳에서 때 아닌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 미국 뉴욕과 워싱턴DC에서는 반팔 반바지 차림의 산타클로스가 등장하고, 웃통을 벗고 조깅을 하는 시민이 나타나는가 하면, 아이스크림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강원도를 중심으로 각종 겨울축제가 줄줄이 취소돼 내수 경기가 날씨와는 반대로 꽁꽁 얼어붙기도 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이상고온현상이 새해 벽두까지 이어져 소위 ‘슈퍼 엘니뇨’라는 새로운 용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평년의 기온보다 크게는 8~10℃ 안팎까지 높은 기온분포를 보이면서 지난달 중순 초반까지 따뜻한 겨울이 이어졌다.
하지만 1월 중순 후반에 들어서면서 중위도와 극지방 사이를 흐르는 상층의 제트기류가 약해져 북극의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강력한 한파가 지구촌을 강타했다.
그 결과로 좀처럼 얼 것 같지 않던 한강이 평년보다는 8일 정도 늦었지만 1월 21일에 결빙됐으며, 그 뒤를 따라 매서운 한파와 폭설, 강풍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제주 항공기 결항 등 우리 일상에 큰 불편을 주었다.
이처럼 유난스러웠던 이번 겨울도 2월에 접어들면서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겨우내 맹위를 떨쳤던 ‘슈퍼 엘니뇨’는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강한 강도로 발달했지만 봄철까지 유지되며 점차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달 월간예보를 살펴보면, 대륙고기압과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을 자주 받을 것으로 전망돼 맑은 날이 많고 초순과 중순경 기온 하강 폭이 크겠으나, 전반적으로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을 것으로 전망돼 빠르게 해빙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달부터 한파 뒤 날씨가 풀리면서 수도관과 수도계량기 동파로 누수로 인해 해당 주민이 적잖은 불편을 겪기도 했다.
서울, 수원 등 수도권 기상관측소의 땅속온도(5~10㎝)를 보면, 이번 달 중순까지는 영상과 영하를 오르내리다가 하순부터 일사량이 늘어나 영상을 유지하면서 땅속 해빙이 빠르게 진행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해빙에 따른 안전사고 예방에 각별히 만전을 기해야 한다. 무엇보다 해빙기에 가장 우려되는 것은 얼었던 지반이 해빙되면서 아파트나 건축물 축대·옹벽의 붕괴와 절개지, 등산로 주위의 낙석 사고 등이다.
특히 동절기에 들면서 중단됐던 공사가 해빙과 함께 많은 곳에서 재개되면서 주변의 무거운 중장비로 인해 지반에 큰 하중이 실리면서 토양이 침하하거나 토사가 붕괴하는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지난 2011년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냉동창고 신축공사현장과 2013년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오수관공사현장의 옹벽이 붕괴되는 사고가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강이나 저수지 등에서 얼음놀이를 하거나 얼음낚시를 하다가 얼음이 깨지면서 물에 빠지는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넓은 빙판은 가운데로 갈수록 얇아지고, 아래쪽부터 녹기 때문에 두께를 가늠하기 어렵다.
육안으로 보기에는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얼어 있는 것 같아도 빙판에 발을 내딛는 순간 사고 위험에 빠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지난겨울 이상고온과 한파가 우리들의 생활에 불편함을 주고 질서를 무너뜨렸으며, 심지어는 경제를 마비시키기까지 했다. 지금부터는 기온상승에 따른 해빙기를 맞아 예기치 못한 안전사고에 철저히 대비해야 하겠다.
수도권기상청은 기상재해로 인한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